김강중 / 대전주재

꽃 그늘이 짙어만 가는 4월, 대전시 공무원들은 나무심기에 여념이 없는 듯하다.

시가 연일 내 놓는 자료를 보노라면 박 성효 시장의 공약인 나무심기에 올인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난주 가진 기자회견중 나무심기에 몰두하는 박 시장에게 모기자는 '박삼천(朴三千)'이란 별명을 붙여 주었다. 아마도 3천만 그루 나무심기에 매진하다보니 지어 준 별명일 듯 싶다.

어쨌든 취임 9개월을 맞으면서 일을 통해 얻은 것은 아무래도 '나무시장'이란 닉네임이 좋을 듯하다.

물론 '숲의 도시 푸른 대전 가꾸기'로 녹지율(15.7%)을 높혀 공기 좋고 시원한 도시 만든다는 데 반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경중(輕重)과 화급(火急)이 있기 마련이다.

지난달 통계청이 밝힌 대전의 실업자는 3만명으로 전국 1위(4.3%)에 올랐다. 또 대전은 생산과 기술기반이 취약해 성장 잠재력이 낮다는 분석이다. 이제 미래 경쟁력, 청렴도시, 혁신도시 1위의 허명(虛名)을 어떻게 설명할지 시는 답해야 한다. 또 하루하루 지탱하기 힘든 기업인들에게 한가롭게 나무심기를 강요하지는 말자. 그들은 '일자리 심기'가 중요하고 불황속에 '살아남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시는 지난달 시장 명의 안내문을 발송하고 일부 간부들은 기업을 드나들고 있다. 연내 계획된 나무심기로 유관기관 46억 원, 시민식수 69억 원 등 115억 원을 기업과 시민들이 부담하게 된다는 얘기다.

차제에 요란하게 '나무·꽃심기'하는 시·구청 공무원들에게 바람 쐴 곳을 추천한다.

경남 남해군 다정리 국도 19호선 장평 소류지. 남해군이 4천1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3천5백평의 논과 밭을 임차해 만든 주차장과 튜율립과 유채밭, 호수같은 저수지, 조막만한 산(山)의 조화는 에버랜드 튜율립 축제 이상이다.

그 곳엔 남해군의 발상과 생태와 고객만족이 묻어난다. 꽃심기로 승부를 걸겠다는 모구청장은 꼭 가보길 권한다.

'제 3회 보물섬 마늘축제(5.17~5.20) 기간에 더 예쁜 꽃으로 준비하겠습니다'란 '안내문'은 그야말로 '감동 행정'이 아닐 수 없다.

k2@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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