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청주박물관 기획특별전 '그림, 문학을 그리다'

문학이 미술 속으로 들어왔다.

우리시대 33인의 화가와 42인 문인들의 만남. 국립청주박물관이 봄 문화축제 일환으로 열고 있는 기획특별전 '그림, 문학을 그리다'에는 문학과 미술이 공존한다. 표현하는 언어가 다를뿐 둘의 만남은 같은 메시지를 안고 있다.

맑은 눈빛이 인상적인 박항률의 그림 '눈부처'는 정호승 시인의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과 마음이 통했다.'내 그대 그리운 눈부처 되리/ 그대 눈동자 푸른 하늘가/ 잎새들 지고 산새들 잠든/ 그대 눈동자 들길 밖으로/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그대는 이 세상/ 그 누구 곁에도 있지 못하고/ 오늘도 마음의 길을 걸으며 슬퍼하노니/ 그대 눈동자 어두운 골목/ 바람이 불고 저녁별 뜰 때/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p34.푸른 하늘마저 품은 듯 깊은 눈동자는 마주하는 사람마저 침잠할듯 빠져드는 그리움의 흡입력을 갖고 있다. 또 장지 위에 수묵으로 그려넣은 김선두의 '푸른 밤의 여로'는 김영남의 동명 작품을 그림으로 옮겼다.푸른 밤 떠오른 반쪽 달이 인상적인 그림은 글 가운데 '강진에서 마량까지'의 밤길 풍경을 표현하고 있다.푸른 밤의 끝인 마량, 이곳에 이르니 그리움이 죽고 달도 반쪽으로 죽었다는 표현에선 '둥글다는 건 슬픈 거야. 슬퍼서 둥글어지기도 하지만 저 보름달을 한번 품어보아라. 품고서 가을 한가운데 서봐라'는 김영남의 메아리가 보인다.

화가 김선두는 이청준의 '흰옷'도 '풍금의 노래, 노래의 꿈'으로 옮김으로써 '멍텅구리 같은 세월의 잠'을 깨운다. 고은 시인의 '내일의 노래' 가운데 '밤 마당' 역시 한생곤의 '무진기행'으로 기하학적이면서도 맛깔스런 그림으로 바다와 산과 하늘과 별을 품고 있다.

그림에선 김주영의 '홍어'와 송기원의 '단 헌번 보지 못한 내 꽃들', 신경림의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도 마주할 수 있다.

북촌미술관과 공동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는 회화를 비롯해 판화와 조각 등 100여점의 다양한 그림문학을 체험할 수 있다. 전시는 박물관 청명관 기획전시실에서 31일까지 계속된다.

# 국립청주박물관 2007 봄문화축제

개관 20주년을 맞은 국립청주박물관(관장 곽동석)은 13일까지 2007 봄문화축제를 개최한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올해는 '박물관에 핀 예술의 꽃'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회와 주말 공연이 준비 돼 있다.

특별기획전 '그림, 문학을 그리다'를 비롯해 꽃과 분재, 수석 전시회가 행사기간 열리고 '전우실과 어깨동무의 로비음악'와 '토니와 친구들의 신기한 마술여행', 어린이 영화 '나니아 연대기'(12일 오후1시), '찰리와 초콜릿 공장'(13일 오후 1시), 박순희 재즈 퍼포먼스, 컬트삼총사 정성한 연출의 '아카펠라 다이아'가 주말 가족단위 관람객을 맞고 있다.(043-257-1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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