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조동언 / 소리꾼

판소리는 말과 음의 조화를 이루는 어단성장(語短聲長)의 원칙을 지켜야 하며, 소리는 귀성이 깨이고 맵시있는 너름새가 있어야 한다. 또한 오음(牙聲·舌聲·脣聲·齒聲·喉聲)과 음양(陰陽)을 분별하는 소위 득음(得音)을 완연히 구사해야 하고, 사설의 발음을 정확하고 아름답게 해야 한다.

이것은 표현 기교가 다채롭다는 것으로 곧 판소리가 지닌 사실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박헌봉(국악연구자)은 말하고 있다 창자에 따라 독특한 개성과 창법으로 부르는 다양성을 보여 주는 것이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같은 음 구조라 해도 발성법의 기교나 독특한 시김새, 음질에 따라서 그 느낌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판소리는 한국의 독창적인 성악예술로써 그 멋과 전통을 구전으로 의해 계승해왔다

신재호의 '광대가'에서 보이듯 소리꾼이 가져야 할 조건 안에 득음(得音)이 있는데, 이 득음이야말로 올바른 발성과 호흡의 도움이 없이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서양 성악처럼 성부로 나뉘지 않은 판소리는 혼자서 모든 인물을 묘사하며 자연의 모든 소리들을 목소리 하나만으로 표현한다. 그러기 때문에 넓은 음역과 서정성을 겸비한 진폭있는 소리를 할 수 있는 목청이 요구된다.

옛 명창들이 가장 고심한 것은 풍부한 성음과 성량을 터득하는 것이었다 한다. 역대 명창들의 일화를 들어보면 창을 공부할 때는 폭포나 또는 어떠한 암굴(巖窟) 속에서 적어도 십여년간 수련을 하지 않는 이가 없었고 그만큼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목청이 트이는 경지에 이르렀음을 볼 수 있다. 그만큼 득음은 명창이 될 기본적 조건이며 소리 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큰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명창들은 소리를 시작할 때 저음으로부터 고음까지 오랫동안 종(縱)으로 소리를 차츰차츰 높이 지르고, 횡(橫)으로 소리를 점점 넓혀 질러가면 목에서 피를 토하게 되고 피를 토하면서도 꾸준히 장구한 시일을 두고 부단히 발성을 계속하면 최종에는 잠기었던 목이 다시 터지기 시작하여 통달명랑(通達明朗)한 성음을 얻어 몇 시간이라도 능히 자유자재로 창할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얻은 목소리는 마치 벽공(碧空)을 뚫을 듯, 광활한 지역을 울려 덮을 듯 그 웅장쾌활한 성량은 과연 신비한 영역에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 사람의 소리꾼이 탄생하는 데는 이처럼 10년 내지 20년간의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했다. 대개 깊은 계곡이나 절에 들어가 자연과 대항하며 먼저 마음을 맑게 하고, 소리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전심전력(專心專力)했던 것이다. 아무리 탁월한 재질을 가진 사람이라도 전심전력을 경주하지 않으면 소리의 목적을 이룰 수가 없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이러한 소리 수련법은 지금도 전수되고 있듯이 판소리는 예전부터 구전심수법으로 전승되어 왔음으로 스승이 획득한 창법이 그대로 제자에게 전달된다. 이때 발성법이나 호흡법에 관에서는 특별한 지도법 없이 진행해왔는데, 이러한 판소리의 전수법은 서양 발성법과 비교하면 체계가 없고 과학적이지 않다고 하는 결과에 빠지기 쉽다.

이것은 판소리와 서양 발성법의 비교연구가 약소남아 이미 선행된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결코 판소리의 발성법은 서양의 발성법에 비해 비과학적이지도 아니하며 비체계적인 것도 아니다. 다만 판소리의 발성법과 호흡법의 연관성 및 그 연습법이 소리로 시작하고 소리로 끝나는 판소리의 발성원리가 목을 풀기 위해 부르는 단가나 소리 대목과 맞아떨어진다는 것을 너무나 당연시해왔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간과한 나머지 연구의 초점을 서양 성악이론에 맞춘 결과라고 하겠다.

따라서 다음글 부터는 판소리에서 발성이란 무엇이며, 어떤 발성기관이 호흡과 어떻게 연결되어 발성을 이루게 되는지, 판소리 호흡법에서 흔히 사용한다고 하는 단전호흡의 실태를 밝히고, 호흡법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장단으로 잘 짜여져 있는 소리의 구성에서 옛명창들이 소리를 함으로써 익혀왔던 판소리의 발성법 및 호흡법의 원리를 하나 하나 얘기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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