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김진혜 / 대한주부클럽연합회 충북지회

5월은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등 무슨무슨 날이라는 말이 달력에 빼꼭히 적혀있다. 기념일이라고 해서 특별히 하는 것은 없지만 왠지 마음도 몸도 무척 분주하다. 때로는 기념일이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하는데 이는 시간과 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부족한 것이 보다 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기념일은 기쁘던 슬프던 의미 있는 날로 평소 잊고 지낸 날들에 대하여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소중한 날이다.

아침 출근길에 고사리 손에 들고 가는 예쁜 카네이션을 보면서 다시 학생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스승의 날에 우리는 선생님께 꽃을 달아드리며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불렀다. 가장 기억나는 것은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교문에 서서 출근하시는 선생님들께 빨간 카네이션을 달아 드린 것이다.그날은 하루 종일 꽃과 함께 지냈는데 선생님께서는 아침 조례시간부터 수업하실 때는 물론 종례시간까지 가슴에 꽃을 달고 계셨다. 그날만은 우리도 말썽피우지 않고 선생님 말씀을 잘 들으려고 했었는데 꽃 한송이를 가슴에 달고 계시는 선생님을 보면서 우리는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했다. 졸업한지 한참 지났지만 그 시절은 그렇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시절을 거슬러가니 선생님 한분이 생각난다. 당시는 지금보다 학생수가 많아 아마 전교생이 2,000명 가까이 되었던 것 같다. 선생님께서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아이들의 이름을 다 외고 계셨는데, 때로는 수업 중에 번호까지 말씀하시어 그 총명함에 감탄하곤 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시기인 우리는 그저 선생님께서 이름 한번 불러 주시고 기억해 주시는 것이 좋았다. 그렇게 선생님은 우리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시고 관심을 주셨다.

친구들과 얼마 전에 선생님을 뵈었을 때 이름 외는 방법에 대해 여쭤본 적이 있다. 학교를 졸업한지 오래되어 친구의 이름조차 가물가물한 지금 선생님의 기술을 배워보고 싶어서였다. 이름 외는 타고난 재주가 있다는 선생님 말씀에 웃었지만 아마도 그것은 제자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라 생각한다. 선생님은 지금도 여전히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고자 애쓰고 마음을 읽고자 연구하신다. 그런 분의 사랑이 내 후배들부터 이제는 내 아이들에게 까지 크게 퍼져 나가기를 바란다.

오늘 스승의 날. 여러 가지 소리에 학교를 부러 쉬게 하거나 아니면 다른 행사 등으로 선생님과 거리를 두는 날이 되었다. 하지만 그분들이 계셨기에 지금 우리가 여기에 있다. 안타까움은 멀리 던져 버리고 지금도 가슴속에 머물고 계시는 그 시절의 선생님을 추억하며, 선생님들 뒤에는 오늘도 선생님을 사랑하는 많은 제자들이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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