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김희식 / 시인, 흥덕문화의집 관장

요즈음, 나는 시집을 내기 위해 지난 세월의 시들을 훑어보고 있다. 나의 시들의 대부분은 현장에서 써온 시들이라 20여 년의 세월동안에 지금의 시적 정서하고는 많이 다르다. 이 중 몇 편은 버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대로 살려 제 맛을 잃어버리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 것은 나의 소중한 삶이고 나의 문학이기 때문이다.

내가 시인이랍시고 떠들고 다닌 지 벌써 20여 년이 넘었다. 도종환 선배 등과 의기투합하여 분단시대라는 문학동인지를 내며 활동하던 게 80년대 초반이니 꽤나 오래된 일이다. 그동안 신경림 선생이나 몇몇 선배들의 눈에 띄어 자유실천문인협의회 활동을 하게 되었고 감옥에 있을 때 김남주, 송기원 등과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라는 옥중시인공동시집을 냈다. 그 후 나는 별다른 문학작품을 쓰지 못한 채 문학 및 지역운동 단체 활동을 해오면서 가끔씩 글을 쓰는 게으른 시인으로 살아왔다. 그래서 지금까지 시집 하나 제대로 내지 못한 채 무늬만 시인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나는 나의 창작활동에 대하여 부끄럽게 생각해 본적은 거의 없다. 나는 게으르긴 하지만 나의 글쓰기 행위가 역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기대하며 글을 써왔다. 거리에서 돌을 던지다 잡혀가는 친구들을 보며 골방에 앉아 글만 쓴다는 것이 너무도 괴로웠다. 많이 아팠다. 그리고 나는 나의 글이 저 거리에서 독재를 향해 날아가는 돌멩이가 되길 원했다. 삶이 문학이길 바랬다. 그래서 나의 많은 글들은 거리에 나부끼는 벽시가 되어 흩날렸고 선언문이나 행사시가 되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많이 흔들리며 살아왔다. 좌절도 했고 사랑도 했다. 사업도 해보기도 했고 돈도 벌어봤다. 그러다 IMF 때 있는 것 다 날렸다. 시대에 대하여 분노하기도 하며 자기 자신을 찾으려고 무진 애를 써왔다. 많이 힘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어찌 나만의 삶이랴. 그것은 당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이 시대 사람들의 보편적인 삶이리라.

올해가 유월 민주항쟁 스무 돌이 되는 해이다. 그 날 이후 우리 사회는 참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민주화와 통일의 대세는 이제는 그 누구도 거스를 수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 사이 IMF가 있었고 양극화는 극에 다다랐고 대통령탄핵, 한미 FTA 등 국가 사회적인 환란이 수없이 일어났다. 지난 시기동안 우리는 이를 극복하고자 수없이 싸워왔고 지금도 싸우고 있다. 분명 6월은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도 곳 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나의 삶은, 그리고 나의 문학은 이러한 시대적인 상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늦긴 했지만 바람 부는 유월의 거리에서 뒤 돌아볼 수 있음이, 노래할 수 있음이, 분노할 수 있음이, 함께 할 수 있음이 가슴 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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