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화학물질 1985년생 김효진(여·가명)」이라고 적힌 종이 한 장을 든 어린 소녀가 카메라 앞에 서있다. 경찰에 남겨질 기록(?)을 위해 앞, 뒤, 좌, 우 이리저리 몸을 움직인다.

청주서부경찰서가 26일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효진이는 빨갛게 물들인 긴 생머리에 하얗다 못해 창백한 얼굴을 한 이제 겨우 15살 소녀다.

『아버지는 정신병동에 있어요. 어머니는 내가 5살때 사는게 힘들다면서 목을 매고 숨졌어요. 난 혼자예요』.

효진이는 「버림받은 아이」, 「문제 학생」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자신을 바라보는 친구들, 선생님이 싫었고 결국 중 1때 자퇴를 하고 말았다. 이후 다방종업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효진이는 15살 소녀로서는 끔찍할 수 밖에 없는 임신과 유산을 경험해야했다.

『나쁜 짓인 줄 알았지만 희망이 없었어요. 하지만 본드를 할 때면 달랐어요』.

만신창이 된 자신의 모습을 견디다 못했던 효진이는 본드를 유일한 탈출구로 여겼고 단 한번은 두번, 세번…. 이제는 하지 않으면 힘들지경이 되버리고 말았다. 그러다 지난 22일 방 한 구석에서 본드를 흡입하고 깔깔대며 웃기만 하는 효진이를 보다못한 고모가 경찰에 신고를 했고 효진이는 충북도와 사회단체가 관리하는 약물중독 재활원으로 보내졌다.

지난해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전국의 초·중·고생 9천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학생의 1.5%가 본드, 부탄가스등 환각물질을 경험했고 신경안정제, 진해제, 수면제 등을 복용한 청소년들은 무려 3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혼을 잃은채 사회의 냉대 속에서 추락하고 말았던 효진이. 이제는 사회가 「문제아」라는 꼬리표를 떼어주고 15살 소녀다운 희망이라는 날개를 달아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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