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강호생 / 화가

오늘날 특히 2000년대에 들어서 각 분야는 이구동성으로 수많은 의견들을 쏟아내고 있다.

굳이 예술문화계만을 보더라도 많은 전시회, 연주회, 연극 등의 다양한 형태들로 발표는 지속되고 있다. 질적 내용보다는 행사를 위한 행사의 양적 팽배도 누구나 인식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며, 다양하고 좋은 행사를 위해서는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내야 하는 것도 이해할 수는 있다.

인터넷의 속도만큼이나 그 어느 때 보다도 산재될 수밖에 없는, 그래서 실천의 길과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는 구름 잡는 이야기들이 널려있다. 물론 우리가 무슨 일을 하기 위해서는 던져진 생각들을 좌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예술문화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마음 아파하는 이들이라면 발전방향에 대하여 논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좀 더 적극적 태도로 세미나, 포럼 등의 형태를 빌어 의식의 개진을 다지기도 한다. 하지만 수많이 던져진 이야기들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 이전의 눈물만 나오게 하는 연기를 상상하기도 한다.

최근 문화예술정책에 대하여 국내 지역 단체들의 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지역 문화 활동의 현안 및 대안 문화예술정책, 문화시민운동, 한국 고인쇄문화의 계승과 발전, 지역문화운동의 사례보고, 문화예술정책의 지평을 넓히자, 농촌 지역 문화 활동의 현안, 문화예술정책의 아카데미가 열리는 등의 활발한 움직임과 더불어 반면 예술문화정책 부재의 공감 또한 못하는 이가 없을 것이다.

청주시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좌담의 글도 있었다. 내용은 지역단위 최종정책 목표는 공동체 지향, 직지·공예축제 별도 조례 제정해 영속화, 완벽한 인프라 정책 없어 상설 전문 인력 확보시급, 직지 관련 행사 거품 많아 접근 방법 등 변화 가져야, 향수·정체·경제성 갖춰야, 친문화 생태도시 추구해야, 단체장 일관된 정책 필요, 시민결속 매개체 만들어야, 직지 포괄적 개념 이해해야, 현대와 상통하는 미래가치 등의 내용들로 무엇 하나 필요치 않는 것이 없다.

이와 같은 여러 이야기들은 우리들의 갈한 목을 적셔 주는 내용들임에는 틀림없으며, 분명 희망을 향한 디딤돌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들은 실천이 없을 땐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말과 생각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그것의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칸트는 이론이성에 대한 말로서 실천이성의 우위를 설명하였다. 성경에는 행함이 없는 믿음은 이미 그 자체가 죽은 믿음이라 했다. 아무런 행함 없이 그저 입술에 기름 발라 매끄러운 언변을 토해내거나 가만히 앉아 기도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물에 빠진 자식을 살리기 위하여 기도만 할 셈인가? 헤엄칠 수 없다면 물 한 바가지라도 퍼내면서 하는 기도가 신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그것이 기도하면서 동시에 행동하는 것이다. 얼마 전 돈 때문에 괴로워하는 친구와의 대화가 생각난다. '로또에 당첨되기를 바란다면 최소한 복권 한 장을 사는 수고는 있어야 되는 게 아니냐!?'

눈물만 내는 연기 이후에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의 희망을 가져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천 없는 담론들은 연기만을 피우며, 그냥 꺼져버리고 보기 싫은 쓰레기만 남길 뿐이다. 그림을 그릴 때도 마음의 전달이 소홀하면 기교는 눈에 띄게 드러나는 법이다. 테크닉만을 강조하거나 안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소홀하고 책임 없는 생각들의 남발은 제정과 세월의 낭비는 물론, 오히려 문화예술의 침체를 가중시킬 수도 있다. 우리는 세월을 아껴야할 것이다. 강대국으로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힘이 있어야 되며, 그 힘은 보여 지는 기교가 아닌 보이지 않는 내면에 있는 것이다. 인간의 탈을 쓰고 있는 한 그 내면은 우리가 행함이라는 실천이 따를 때 천상의 열매를 먹을 수 있는 것이며, 책임 없는 자유는 이미 방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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