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전문계간지 '딩아돌하' 여름 기획특집편

시계간 전문지 '딩아돌하' 여름호가 나왔다.

이번 여름호에서는 '시의 현실성은 무엇인가'는 주제로 억압과 통증에 맞서는 시의식으로서의 현실성(윤성희), 시의 현실성 그 전망(맹문재), 지금 상상이 문제다(권덕하)를 다뤘다.

충남 장항이 고향으로 1990년 '문학과비평'을 통해 평론가로 등단한 윤성희는 '시와 시인이 주목하는 현실은 자신을 얼마나 억압하느냐 여부로 판명된다'고 설명한다. 시인에게 사유 대상으로서의 구체적, 객관적 실재는 결국 자신의 삶과 정신을 억압하는 일체의 대상에 대한 문제의식이라는 것.

윤씨에 따르면 무엇이 자신을 억압하고 시대를 옭아매는가에 대한 시적 인식이 곧 시의 현실성이다. 또한 시의 현실성은 통증에 대한 인식의 결과에 다름 아니다.

그는 최인훈의 광장을 예로 들며 밀실의 상대항인 광장, 삶의 조건으로서의 광장이 나올 때 현실 인식의 지평이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3학생 정민경이 쓴 시 '그날'을 예로들며 5월 광주의 흉터를 시적 현실로 껴안고 있는, 결국 우리를 억압하는 것에 대한 통찰과 맞섬을 통한 시의 현실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박노해의 '손무덤'도 예로 제시됐다.

노동자라는 불온한 용어를 들쳐메고 억압의 현실에 맞섰던 시인에게 80년대 노동 현실은 결코 받아들이기 어려운 억압이었다는 것. 윤씨는 박노해에게는 몸이 현장이고 현실이었으며 또한 시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디어의 역할이 의제설정이라면 시의 의제설정은 사회 모순과 실상을 적발해 보여주는 것, 인간임을 증명할 수 있는 소중한 가치를 회복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맹문재는 민족문학의 관점에서 시의 현실성과 전망을 내놓았다.

충북 단양이 고향으로 1991년 문학정신을 통해 등단한 그는 안양대 국문과 교수이기도 하다. '시의 현실성, 그 전망'에 대한 글에서는 올초 민족문학작가회의의 명칭변경 논의 과정을 통해 민족문학을 절대적인 것이 아닌 상대적인 것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족문학이란 결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상대적인 것으로 시대와 사회적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또 달라져야만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의무를 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카프 문학에 뿌리를 둔 일련의 민족문학은 가치론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민족의 현재적 상황에 대한 총체적 파악과 극복 제시가 중요하다"고 일갈했다.

한편 민족문학이 취해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모순되고 부패한 사회를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그 극복방안을 고민하는 것이며 따라서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갖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맹씨는 "어느 나라이건 민족의 존재와 궤를 같이하는 문학이 존재하며 문학이 민족과 숙명적이고 운명적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민족문학의 과제는 바로 민중의 현실을 담아내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전출신의 평론가 권덕하는 '지금 상상(想像)이 문제다'는 제하의 글에서 "시는 바라본 현실적 세상의 재현(표상)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가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잠재성의 표현"이라며 "감동적 시가 없는 것은 자본과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현실적 체험에만 갇혀 특이한 생성적 역능을 표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이번 여름호에서는 기획연재로 김열규의 사랑시 읽기를 비롯해 이 시대의 시인으로 오세영의 화산 외 9편과 김윤정의 신화적 세계 안의 '숨은 신'을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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