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의 길을 터주고 내 꿈을 펼치기 위해 떠납니다."

대전지방국세청 서기관급중 유일한 행시(29회) 출신으로 지난 86년 세정에 입문한 서대전세무서 김재팔(54) 서장이 후배들의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 자신만의 삶을 찾기위해 명예 퇴임을 신청해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 서기관급 명퇴 연한이 '49년생임을 감안하면 김 서장은 이들보다 5년을 앞당긴 것으로 대전청에서는 이례적이고 파격으로 받아들여 진다.

54세 나이에 세정공무원의 꽃인 세무서장직을 버리고 세무사도 하지 않겠다는 김서장의 다짐은 송나라 시인 도연명의 귀거래사에 견줘도 무방하다란 생각이다.

더욱이 그의 용퇴가 돋보이는 것은 역대 대전청장들을 되돌아 보면 더욱 극명해진다.

호시절에 누릴 것을 다 누리다가 대전청장에 오른 대부분의 청장들이 6개월 남짓한 임기를 연장하려고 하나같이 서울을 오르내리는 '노욕(老慾)'을 볼 때 그의 '물러 섬'은 더욱 돋보인다는 얘기다.

김서장은 평소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부하 직원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애닮어 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국세 공무원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여전히 불식되지 않는 세간의 눈초리에도 고민하는 진지함을 잃지 않았다.

세무조사라도 할라치면 내노라는 법무법인, 회계사 등과 치열한 세무법리 공방을 벌이고 종부세 신고등 격무에 시달리는 직원들을 보고 있노라면 자괴감이 든다고 안스러워 했다.

'청빈해야 내면이 강해진다'고 믿는 김서장은 "고시생 시절 부부가 10만 원으로 생활을 했다"며 연금과 자신만의 수입만으로 소박한 생활을 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25일 송별회를 갖는 김 서장은 '아쉬움이 없느냐'는 물음에 "55세가 되면 건강할때 65세까지 여행과 밭을 일구며 살겠다고 말해 온 약속을 10년 앞두고 결행(決行)하는 것 일뿐"이라며 덤덤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의 명퇴결정은 대전국세청의 1천400여 명의 직원뿐 아니라 출입기자들에게도 '용퇴(勇退)'에 대한 많은 생각과 여운을 던졌다.

k2@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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