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25일 보도 '죽어서도 벗지못한 철모'

철모를 내려 놓으세요

길게 말하지 않아도 난 믿어요
내 느낌과 당신 느낌 같을거란 사실.

저분은 저렇게 가셨군요

어둡고 습한 땅 속에서
나무 뿌리 머리에 박힐 동안

누가 당신을 기억했나요?

묘비도 없이 이름도 없이,
군화끈 동여매고 대검까지 손에 쥐고
당신에게 전쟁은 끝나지 않았었나요.

이제 군화 벗고 철모도 내려놓으세요
집으로 돌아가셔야죠
어머니 계신 고향으로

가서 흙 털어내고 목욕도 하고
어머니 차려주신 밥 한술 뜨고

오늘 밤은 편히 쉬셔야죠
이젠 총성이 울리지 않네요

이제는 기억에서 잊혀진 우리의 전쟁
이름 없는 용사를 위해 바칩니다.

속보= 중부매일이 6.25 57주년을 맞아 보도한 '죽어서도 벗지 못한 철모·군화'(25일자 1면) 제목의 사진속 주인공은 끝내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본보 보도가 나자가 군복무 시절 현장 발굴작업에 직접 참가했었다는 'an1335' 이름의 한 네티즌은 ▶유해 주인공은 육사2기 생도였고 ▶발굴 당시 군번줄을 착용하지 않았으며 ▶썩지 못한 군화속 다리뼈가 가슴을 아프게 했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와 관련, 당시 발굴팀을 이끌었던 충북대 박선주(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네티즌 글이 모두 맞다"며 "그러나 유해는 완전한 형태로 발굴됐으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개인 소지품이 전무, DNA 검사를 하지 못했고 따라서 유족도 찾지 못했다"고 27일 밝혔다.

육사총동문회도 전화 통화에서 비슷한 내용을 언급, "4년제로 첫 입학한 생도 2기생 333명은 50년 6월 1일 입교했으나 6.25 전쟁이 터지면서 군번도 없이 경기 포천-수원 방어선, 한강 방어 전투 등에 투입돼 이중 26%인 86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이후 경기도 음현리 전투의 사진속 주인공이 유족을 만났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본보 보도가 '네이버' 메인 화면에 올려지면서 사진검색 1위를 차지하며 하루 사이에 1천380여건의 댓글이 달리는 등 전국 네티즌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중 80% 정도의 글은 "이제 철모와 군화를 벗고 편히 쉬세요" 유형의 내용을 담았다.

한편 'k7iwon'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철모를 내려 놓으세요' 라는 제목의 자작 추념시로 이 무명용사의 명복을 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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