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15일까지 부산서 기획전

▲ 화가 손순옥씨.

오늘의 문화인물 (38) 손순옥 화가

서양화가 손순옥씨가 부산을 찾는다. 김재선 갤러리의 101번째 기획전에 초대돼 부산아트센터 두 곳에서 대규모 전시회를 갖게 된 것. 150억 규모의 미술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부산으로의 진출은 고무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삶꽃을 주제로 부산 관람객을 찾게 된 작가를 29일 그녀의 화실에서 만났다.

#성찰과 치유로서의 꽃

"좋은 작품에 대한 의욕도 높이고 경험도 확대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스스로에게는 도전이지만 잠재된 역량을 확인하고 싶어서 부산 전시에 응하게 됐습니다."

서양화가 손순옥(39)은 오는 4일부터 15일까지 부산 김재선 갤러리와 부산아트센터에서 대규모 기획전을 갖는다. 김재선 갤러리가 50평, 부산아트센터가 70평으로 적지 않은 규모에 대형 설치작품과 평면을 비롯한 50여점을 전시하게 된다.

김재선 갤러리가 신작을 중심으로 선보이는 자리라면 부산아트센터에는 데이지커터를 위한 진혼곡 등 과거에 해왔던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장소는 다르지만 전시회의 공통 주제는 삶꽃.

"일상에서 느끼는 감성을 다양한 꽃으로 표현해 봤어요. 데이지커터 자체가 치유하는 개념 내지 자기성찰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성찰과 치유, 잠재력을 넓은 범위에서 끌어안아 삶 꽃으로 표현해 봤습니다. 일상에서 느끼고 보고 체득한 순간순간의 느낌을 작품으로 옮겨놓았어요."

광산 근로자로서 평생 탄광촌에서 환경운동을 하다 진폐증으로 세상을 등진 박길래 여사는 상봉동 검은 민들레로, 동강 투쟁은 겨울에도 피어나는 절벽의 할미꽃으로 형상화됐다. 겨우내 땅속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가 피는 질경이와 이루지 못한 삶의 모습을 닮은 상사꽃 역시 저마다의 이야기와 서정이 깃들어 있다.

작가는 이러한 자신의 작품이 서사적이면서 또한 서성적인 시그림을 닮아있다고 설명했다. 삶꽃은 그러나 낭만적 서정만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작가는 늘 새로워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품 속에서 젊어지고 싶고 소외된 고통, 세대나 계층간 소득격차로 인한 소외를 자유롭게 소통시킬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이런 이유로 손순옥의 그림에는 삶에 대한 성찰과 함께 유쾌하고 재미있으면서도 활력을 부여하는 치유로서의 메시지가 자리하고 있다. 솔방울을 이용한 데이지커터와 생생지도, 일과명주 등 작가는 그림이 치유이면서 또한 삶에 활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부산 전시에서는 산을 이루는 꽃뫼를 통해 다복하고 풍성한 행복감을 전하고 '봄날은 간다'를 통해서는 할머니들의 인생에 대한 반추를 표현해 보일 예정이다. 손바닥만한 작품 64개를 나열해 붙인 '봄날은 간다'는 탈근대적 기법을 이용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여성의 삶을 서사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평면작업인 검은 민들레와 동강 할미꽃, 질경이가 모두 어둠 속에서 피어난 꽃으로 무거운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나머지 작품들은 희망의 꽃이면서 또한 웃음꽃으로 다양한 삶의 양태를 선보인다.

#문화예술 매개자의 꿈 키우다

대학시절부터 민중미술연구회 활동을 하며 충북문화운동연합 준회원 자격을 부여받았던 화가 손순옥. 그녀에게 충북민예총 민미협 사무국장으로서의 7년 이력은 특별한 기회와 경험을 안겨줬다.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사무국장을 맡아오면서 김복진 미술제를 기획하고 지역미술의 정체성을 찾는 역할을 많이 했어요. 충북아트페어 최초 기획자였고 흙으로 보는 성의 세계전, 섬과 내륙의 풍경전 등 기획이라는 것이 없는 지역미술계에 처음으로 기획을 도입했죠. 또 기획 자체도 민미협에서 지역 작가 중심으로 확대하면서 젊은 작가층이 많아졌고 기획전도 늘었습니다."

성안길 거리미술제를 처음 기획해 실행한 것도 화가 손순옥이 일군 성과였다. "지금은 대부분의 행사들이 기금을 받아 하고 있지만 당시만해도 돈 한푼없이 몸으로 하는 일이 대부분이었어요. 사무국장을 그만두긴 했지만 삶에 대한 고민과 성찰은 계속돼 왔다고 생각해요."

부산전시회로 열한번째 개인전을 갖게 되는 그녀는 최근 민중미술을 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기 성찰이 우선해야 한다는 깨달음이 바로 민중미술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민중미술이라는 것이 현재 삶의 모습을 어떻게 담느냐하는 것인데 한번도 이탈하지 않고 리얼리즘 세계관에 입각해 고민의 끈은 늦추지 않고 온 것만은 사실이에요."

민미협 사무국장직을 내놓고 충북민예총 정책실장을 역임하고 최근 문화예술교육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녀는 4년간 이끌어온 문화예술경영아카데미에서 소통의 문제를 더욱 깊이 고민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또 여성미술작가회 사무국장을 맡아오며 삶에 활력을 줄 수 있는 문화 매개자로서의 역할에 자기 정체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했다.

"문화예술경영아카데미를 하면서 나보다 열배 스무배 더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을 보며 자극을 받고 있다"는 그녀는 각자의 에너지를 활력있게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매개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소통을 위한 고민은 충북민예총 웹진 생생을 통해서도 실현하고 있다. 창간 당시부터 편집장을 맡고 있는 그녀는 "충북민예총이 고민해야할 내용을 담아내는 진지한 영역이 되고 있다. 웹진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공동체 문화영역을 만드는 소중한 경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나친 가족주의를 경계하고 세대간 격차와 경보격차를 해소하고 있는 웹진은 삶의 희망꽃을 피우기 위한 새로운 실험장이 분명하다.

"무슨 주의니 하는 것이 학생운동시절부터 머리 한 부분에 너무 많은 축을 형성하고 있었고 일상적인 언어에도 관념적이고 파편화된 이데올로기가 많았어요. 이제는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철저히 자기 고백에 입각한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화가 손순옥은 충북 청주가 고향으로 서원대 미술학과와 충북대학교 인문대학원 미술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민족미술인협회와 여성미술작가회, 충북판화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서원대 미술과에 출강하고 있다. / 김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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