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유감>

김은숙 / 시인

현재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청원군 오창읍 구룡리에 있다. 올해 신설되어 개교한지 얼마 안 되는 고등학교인데, 요즘 새로 지은 건물이 다 그렇듯이 시설도 참 편리하고 쾌적하지만, 그보다 좋은 점은 도심과는 많이 다르게 넉넉한 주변의 녹지며 맑은 공기가 마음을 늘 여유 있고 풍요롭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 학생들을 위해 일부러 마련해 놓은 듯 학교 바로 옆에는 백여 년 정도 된 느티나무가 정겹게 서 있고, 넉넉한 나무 그늘 아래로 몇 발자국 걸어가면, 청둥오리까지 평화롭게 노니는 구룡소호지(오창읍 구룡리 소재 저수지)가 저절로 눈길을 오래 머물게 한다.

교무실 내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면 무성한 녹음의 함성이 눈부신 요즈음, 마음은 신비로운 초록 경전 속으로 하염없는 걸음을 내닫는데, 이 초록의 함성보다 더 강하게 나를 잡아당기는 아름다운 존재들이 있다.

그건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 조금은 서툴고, 흔들리기도 하고 또 조금 산만한 면도 있어 그만큼 우리의 눈길, 손길이 필요하지만, 어떤 아이건 나름대로의 꿈이 있고 희망이 있다. '꿈', '희망'… 얼마나 눈부신 말들인가. 더구나 무엇이 되고 싶다든가, 무엇인가를 이루고 싶다는 생각과는 멀리 떨어져서 생활하는 세대에게는 말이다. 이렇게 빛나는 존재들에 둘러싸여 생활하는 행복함이라니….

일반적으로 '학교'라고 하면 틀에 박힌 정형성, 획일성, 경직된 사고 등 가슴 답답한 어휘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 안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학교는 그렇게 단조롭거나 답답하지만은 않은 곳이다. 수많은 맑은 눈동자들이 빛나고, 그 눈빛 속에 자신만의 꿈을 담고 있으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오늘을 충실히 생활하며 스스로의 내일을 열어가는 아이들. 그리고 그들 곁에는 늘 아이들 하나하나를 지켜보고, 아이들이 가진 저마다의 역량을 발견하고 북돋워주려는 교사들이 있다.

한 시간 한 시간의 수업 시간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건조한 시간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생각하고 느낌을 나누며 교감하는 시간이다.

3년이라는 고등학교 시절이 아이들 저마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선생님들과 함께 고민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미래를 개척해가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렇게 의미 있는 시기에 아이들과 함께 있을 수 있으니, 또한 이 아이들을 통해 오늘도 빛나는 꿈과 희망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어느 학교나 7월초는 기말고사 기간이다. 기말고사를 앞두고 공부에 매진하는 아이들, 힘들어 보이기도 하지만, 무엇인가에 몰두해있는 이 아이들의 모습이, 무성한 녹음보다, 그 초록의 함성보다 더 아름답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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