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강호생 / 화가

항상 경험하는 것이지만 특히 해외의 유명하다는 관광지 내지는 전시장을 가게 되면 줄을 서게 된다. 지그재그로 수십 미터에서 수백 미터로 콩나물시루를 연상케 하는 줄 서기는 내 존재와 우리나라의 위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1962년 우리나라는 국제조형예술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Art) 회원국으로 가입되어 있다. 한국미협회원으로 가입을 하면 I.A.A. UNESCO CARD를 발급 받아 해외에 갈 때 지니고 다니면 좋은 점이 있지만 황당하게도 국내에서 이 카드를 보여 주면 이 카드가 무엇인지 조차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또한 열 받는 상황이지만 내가 지금 이억만리 타국에 왜 서 있는가를 다시 생각지 않을 수 없다. 각 나라의 상징적 건물 내지는 전시장 등은 그 나라의 부분적 예술과 문화라는 것으로 대표성과 상징성을 띄게 되며, 그것은 각 나라의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젖줄이 된다. 파리에 에펠탑이 그리고 루브르박물관이 없다고 할 때 그 곳을 방문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 상징성을 갖는 곳을 방문하지 않으면 괜히 그 나라엔 못 가본 느낌을 갖게 되는 원리를 우리는 거듭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엔 이런 것이 있을까? 아니면 우리가 만들어 가면 안될까?' 하는 생각으로 줄서기의 대열에 파묻혀 고작 1분에 몇 센티미터로 이동하는 내 꼴에 한숨을 쉰다. 늘상 꿈꿔온 것이지만 우리나라 이 곳 청주에 그러한 젖줄의 역할이 되는 것을 반드시 추진하고 싶은 것이 나의 바람이다. 예술과 문화는 무궁한 가치가 있다. 그것을 모르거나 향유치 못하면 선진국의 대열에 서있다고 할 수 없다. 예술Art은 광범위한 의미를 갖고 있는 데, 창조성의 표현 또는 상상력의 표현을 뜻하거나 그 둘 다를 의미한다. 문화Culture는 인간이 오랜 세월에 걸쳐서 형성해 온 관습이나 행동 체계를 말하며, '미개'의 반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라틴어의 colere(경작한다)로부터 파생되었는데, 영어나 독일어에서 차용한 culture나 Kultur는 "문화"라고 하는 의미 이외에도 '경작 한다', '배양 한다', '세련되다', '교화 한다'의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문화라는 것은 경제, 사회, 정치, 교육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그 시대의 삶의 형태라고 보면 된다.

미국의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미술비평가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 1909-1994)의 <예술과 문화>라는 에세이 선집은 현대 미술에 역사적 발전의 논리를 부여한 그린버그의 이론적 입장을 가장 선명하고도 일관되게 알 수 있는 그의 대표작 등과 더불어 <우리 예술과 문화의 현주소> <순수예술과 문화산업의 연계전략 개발> 등의 내용을 국내도 발표하고는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열매 맺지 못하는, 단지 공염불에 불과하다면 우리의 예술과 문화는 그 끝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 새로운 의식으로 예술과 문화라는 것에 단 한 발자국이라도 좋으니 좀 더 관심을 갖고 딛여 보자.

강의 도중에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외침 하나가 있다. '우리나라 각 사람들의 마음에 예술적 감성과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100년도 넘게 걸릴 것입니다. 1세대를 30년으로 보는데, 지금 당장 내 자신이 깨지지 않으면 내 자식이 깨지 않을 것입니다. 내 자식이 깨지 않으면 내 손자, 손녀 또한 깨지지 않을 것입니다. 벌써 3대가 흘러 어느덧 100년은 훌쩍 넘어 버립니다. 내 속에 있는 나를 다시금 생각해 보고, 새롭게 깨져야만 합니다. 알은 깨지지 않으면 새로운 생명은 탄생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예술은 마르지 않는 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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