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고은영 / (사)충북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지난 추석 아래 베트남과 캄보다아를 다녀왔습니다. 여행의 목적은 순전히 일 때문이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는 베트남에서 결혼해 들어오는 분들이 중국 다음으로 많은 수를 차지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혼을 하고 본국으로 되돌아가시는 분들도 저의 주변에는 많이 있습니다. 저는 한 번도 그 분들을 배웅하러 공항에 가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우리 직원들이 전해주는 서글픈 말에 마음속으로 눈물만 흘렸을 뿐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그녀들이 어디로 돌아갈까? 집으로 가는 걸까? 어떻게 살까? 나쁜 길로 빠지는 건 아닐까? 혹시 마음의 상처로 인해 그의 인생이 망가지지는 않을까? 하는 어두운 마음을 떨쳐내지 못했습니다. 마침 본국으로 귀환한 베트남여성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닿아 조금은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베트남을 찾았습니다.

머리로는 "나는 자랑스런 아시아인이다"라고 수없이 외치고 살지만 마음으로는 여전히 아시아 나라들에 대해서 서구보다 못하게 보는 것이 솔직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그 곳에는 훌륭한 사람들과 제도가 있었고 아름다운 경치와 미래의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처를 딛고 열심히 살아가려는 한 때는 한국인의 아내였고 며느리였던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미안해하는 우리에게 오히려 만나러 와줘서 고맙다고 보듬어 안아주는 그들을 보며 아시아의 여성들을 맞이하고, 함께 살아야 할 우리의 모습을 다시한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한국이 좋아서"입니다. 한국은 아름다운 나라이고 부자나라이며 자신의 이상을 펼칠만한 꿈의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올 초에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실태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이 외국인을 배우자로 선택한 주된 이유는 여성의 경우 '배우자를 사랑해서'이나, 남성은 '순종적이고 내 부모에게 잘 할 것 같아서'와 '한국 사람과 외모가 별 차이 없어서'인 것으로 응답했습니다.

아시아의 여성들을 배우자로 선택하는 한국남성들은 그녀들을 일하는 사람으로, 부모를 모시는 사람으로, 성적인 파트너로, 아이를 낳아주는 사람쯤으로 여기는 수가 많았습니다. 여성결혼이민자의 23.9%가 시부모와 함께 살고 있으며, 농촌거주 여성의 37.3%, 특히 베트남 여성은 40.2%가 시부모와 동거하는 수치로 보아 여성들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만난 한 여성은 남편이 직장생활을 다른 도시에서 하고 한 달에 한번 만날 수 있었으며 자신은 집에서 시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지었다고 했습니다. 일년을 그렇게 살다가 남의 집에서 일해주고 번 돈으로 비행기표를 사서 돌아왔다고 했습니다.

결혼이민자들은 결혼 후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외로움(22.3%)'과 '문화차이(14.6%)'를 지적했듯이 이주여성의 남편과 가족 그리고 이웃된 우리들의 따뜻한 친구의 역할이 그녀들의 행복한 삶의 시작이며 기본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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