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순시인, 두번째 시집 '달을 품다' 펴내

열엿새의 달이 참 밝다 저게 진짜 만월이라고마루끝에 앉은 셋째의 머리를 쓰다듬던 어릴 적 젊은 내 아버지 그 뒤부턴 16일이 진짜 만월이라고 마음 기둥에 붙잡아 매고 살아온 세월 그동안 달은 내 속에 숨어 알을 낳고 부화되지 못한 알들이붉은 띠 띠고 강을 지나 바다로 갔다 한달에 한번씩그러면 그것들이 바다로 가어린 치어가 되어 어미를 불러댄다 그래서 그토록 바다가 그리운게다내 몸은 달의 통로로바닷물이 늘 출렁거렸다나를 빠져나간 달이바닷길을 열어놓고마음자락 길게 펴개펄에 깔아놓고 오기 때문이다그래서 몸 속에도 물때가 생긴 것이다물빛 비랜내가 나는 것이다 -달을 품다 전문-
충북 청원 출생 신영순 시인이 2002년 '늦은 안부'로 첫 시집을 발간하고 5년만에 두번째 시집 '달을 품다'를 내놓았다.

신 시인은 1986년 충북여성백일장에서 입상하면서부터 작품을 써오다가 1992년 포스트모던 한국문학예술 신인상으로 등단하고 2004년 청주문학상도 수상했다.

신 시인은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남들이 바라보는 같은 방향이 아닌 주변상황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측면에서 바라본다.

자연을 사랑하고 그와 함께 호흡하고 그로인해 이야기한다는 신 시인은 "나의 시를 읽으면서 그림이 그려지는 그런 시를 쓰고 싶다"며 "쉽게 쓰면서도 울림을 주는, 메시지가 될 수 있는 이야기가 좋다"고 말했다.

신 시인이 총 4부로 이뤄진 많은 시 중에서 '달을 품다'를 제목으로 한 이유는 달도 그렇고 바닷물도 그렇고 여자들의 몸도, 마음도 모두 자연과 닮아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는 달이 좋아서라고 말한다.

신영순 시인의 시세계에 대해 한영옥 성신여대 국문과 교수는 '서사와 묘사의 탄탄한 이중주'라고 표현한다.

한 교수는 "시집 '달을 품다'의 시편들은 이상의 논의 안에서 보다 밝게 읽힌다. 시인은 작은 이야기를 통해 시적상황을 재치있게 서술해가기도 하고 오브제의 세부를 극사실화함으로써 묘사의 미학을 한껏 보여주기도 한다. 즉서사와 묘사에 고루 형상화를 의탁하면서 유연한 시적 인식과 방법을 보여준다 하겠다"고 평하고 있다.

신 시인은 "시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이 나 보다는 주변인물로서 나로 인해가 아니고 주변사람들로 인해 인간애를 갖고 그들과 더불어 자연을 통해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시를 썼다"며 "느티나무를 통해 아버지를 만나고 자연을 통해 나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자기 존재의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밝혔다. / 이지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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