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와 신뢰가 노사상생 큰 역할 시민사회 등 노사에 관심 가져야"

윤태한 청신운수 대표

"노사 문제처럼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말이 중요할까요. 자기 위상이나 이득만을 생각하지않고 상대 중심적으로 사고하는게 중요하지요"

지난 3월 충북도내 120개 회원사 조직인 충북경영자총협회 회장에 취임한 윤태한 청신운수 대표는 노사 상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이해와 신뢰를 꼽았다.

▲ "노사 상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솔직한 믿음을 줘야하고 노동자는 경영자의 어려움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윤태한 청신운수 대표. / 노승혁
현재 (주)청신운수 대표이사로 충북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 전국버스공제조합 충북도지부장을 맡고 있는 윤 회장을 만나 그의 버스 인생과 노사관을 들어봤다. 한때 그는 충북도의회 의원을 하기도 했으나 '갈 길이 아니었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윤 회장은 당혹스럽게도 자신의 직업을 "농민"이라고 말했다. '농민과 운수업' 이라,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선친으로부터 청주시내 근교에 물려받은 땅이 있어요. 어려서부터 농삿일을 해오며, 지금도 주말에는 거의 약속을 잡지않고 논과 밭에서 일을 합니다"

청주기계공고 자동차 학과 졸업생은 윤회장은 당시 제1회 기능올림픽에 참가할 정도로 뛰어난 전문 기능인으로, 대우 자동차 전신인 '하동환 자동차' 회사에 추천을 받아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그는 '흙'이 좋았다고 한다.

"정직하잖아요. 씨뿌리고 거름주고 정성을 들인만큼 흙은 그만큼 결실을 가져다 줍니다"

그러던 그가 운수업계에 뛰어든 것은 고등학교 은사님과의 약속때문이다. 그의 재능을 아깝게 여긴 은사에게 10년안에 운수업에 진출하겠노라는 약속을 그는 11년만인 1978년 청신운수에 입사하면서 지켰다.

"운수(運輸)업은 말그대로 운수(運數)가 있어야 된다고 하잖아요. 30여년간 쉽지않은 일이 없었지만 그래도 모두가 도와준 덕분에 지금의 저와 회사가 있는 것 같아요"라고 과거를 요약했다.

그는 20여년을 시내버스공동관리위원회에서 일했다. 회사별 치열한 노선경쟁과 교통사고, 임금, 서비스 등 전반적인 문제를 협상하는 것이 공동관리위원회의 몫이었다.

현장에서 직접 노사협상을 담당한 산 증인인 그가 생각하는 노사의 과거와 현재가 궁금했다.

"초창기만해도 노측은 단 1%도 후퇴를 하지 않는, 정말 강성이었어요. 굳이 따지면 경영계가 약자였지요. 물론 경영진도 믿을 수 없는 처신으로 불미스러운 일이 많았지만요"라며 "그러나 지금은 서로간 이해의 폭이 크게 넓어진 것 같아요. 경영이 어려워 개인적인 담보로 급여를 해결한다는 것을 노측에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고마움을 많이 느끼지요"라고 말했다.

대립적 시각에서 상생의 분위기로 전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적으로 윤 회장은 1970년대 말 임대사용하던 부지에 아파트가 들어서며 회사가 오갈데없는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80명의 여성 안내양들이 좁은 방에 5층 침대를 놓고 찜통속에 여름을 보낸 것을 잊지못한다고 했다. 간신히 회사 이전부지를 찾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최고의 시설을 갖춘 안내양 기숙사를 짓는 일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현장에서 얻은 노사관계의 교훈을 이렇게 말했다.

"많은 말이 필요한 게 아니라 노사 서로를 인정하는 파트너십과 신뢰가 문제 입니다.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솔직한 믿음을 줘야하고, 노동자도 경영자의 어려움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라며 "상생의 노사관계는 노사만의 문제가 아닌 일거리 창출 등 우리의 생활과 직결된 전반적인 사회문제입니다. 언론, 시민사회도 어느 한쪽만을 관심갖지말고 양쪽 모두에게 관심과 지혜를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다.

충북경총의 역할도 강조했다.

"무조건 대기업을 쫓지말고 충북의 기업수준과 지역수준에 맞는 노사관계의 정립이 필요합니다"라며 "전국 처음으로 시도중인 노사평화지대구축과 함께 산업 공동화·중소기업위기·지역고용 위기 등 공공사업에 대한 지속적 관심을 갖고 지역경제 발전을 중시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팔순의 아버지부터 초등학생인 손자까지 4대가 한 집에 살며 농사꾼이 더 자연스럽다는 윤 회장.

'뿌린 대로 거둔다'는 정직한 흙의 가치를 지향하는 그의 삶 속에 충북경총 회장이나 청신운수 대표이사의 철학이 녹아 있었다.

155명의 청신운수 가족들과 120개 회원사의 노·사 가족들이 더불어 한 솥밥을 먹는 한 가족, 그것이 바로 두레를 꿈꾸는 노사상생이 아닐까.

/ 박익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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