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정선희 / 성매매피해상담소 늘봄 소장

최근 잉꼬부부로 소문났던 연예인 부부들이 잇달아 결별하였다. 특히 한 연예인 부부의 경우, 파경사유에 대해 각자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책임공방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자신이 파경사유를 제공한 책임자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신성한 결혼을 깨뜨린 책임자라는 것은 법적인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하는 가해자의 위치에 머무는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파경 책임자에 대해서는 대중의 마녀 사냥과 인민재판식 비난이 이어진다.

부부사이의 일은 부부가 아니면 알 수 없다고 한다. 부부사이의 은밀하고 소중한 일들은 당사자가 선택한 주관적 가치가 우선 조합되기에 타자가 이를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기에 우리가 분명하게 알고 싶어 하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파경 원인은 극히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애초에 불가능하고 무의미한 논쟁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결혼과 가족제도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과연 우리 시대의 결혼의 본질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가을이면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듯 남녀가 만나 결혼하고 아이 낳아 기르며 살아가는 현재의 결혼과 가족제도도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것일까?

결혼과 가족제도는 자연발생적인 것이 아니라 남성중심의 가부장제를 유지하기 위한 안전장치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족 지상주의는 도전을 받고 있다. 부부와 자녀를 총칭하는 대명사인 4인가구가 2030년에는 단독가구나 부부가구에 비하여 10% 정도 낮아질 것이라고 한다.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미스와 골드미스터라는 신조어 또한 결혼을 인생의 최대 목표로 하던 삶의 태도에서 개인의 성취로 그 무게중심이 전환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황혼이혼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저출산 가구의 증가, 그리고 가족이 결혼을 전제하지 않고 입양이나 동반 거주 형태로 변화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우리는 결혼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결혼 자체를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혼을 삶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아이를 꼭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 고집했던 순수혈통주의가 더 이상 무의미 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들 모두가 우리 미래 사회를 구성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구성원들이다. 변화하는 시기에 맞추어 결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리고 그 고민은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의 행복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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