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에선 공용어가 못되나

■ 청주대 국제학술 심포지엄

세계어로 성장한 영어가 유독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3국에서 제도화된 언어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아직 '기능적 토박이어'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이들 3국에서는 세계 다른 나라와 달리, 영어를 자국어 방식으로 개조하는 언어주체 현상도 일부 일어나고 있다.

청주대 국어상담소가 개교 60주년을 기념, 언어학 전문가들은 초정한 가운데 얼마전 제 3회 국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김진우(62) 교수가 '세계어 시대의 한국어 발전 방안' 제목의 기조 강연을 통해 영어가 유독 동북아 3국에서 공용어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 참석자들의 큰 반향을 얻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고대에는 그리스어와 로마제국의 라틴어, 중세에는 이슬람 팽창의 아랍어, 군대에는 프랑스어가 세계어로 기능했다. 프랑스어는 볼테르가 "여기는 말(馬)만 빼놓고 누구다 다 프랑스어를 한다"로 말할 정도로 사용 분포도가 매우 넓었다.

이에 비해 영어는 대영제국의 식민지 정책에 의해 언어사용 영역이 확대된 경우로, 그 역사는 매우 짧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는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지구촌 40여개 국가에서 공용어로 채택하는 등 '세계어'(global language)로 성장했다.

미·영 등 영어권 국가는 이 과정에서 중국 아편전쟁, 조선 쇄국정책 분쇄와 같이 강제 통상정책을 취했다. 따라서 지금의 영어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 마치 침입한 강도가 초대된 손님으로 변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영어는 세계 다른 지역과 달리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에서 만큼은 아직 공용어로 채택되지 않고 있다. 학습 열풍이 불고 있기는 하나 제도적인 정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말하는 나무'(speeking tree)가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영어가 이 지역에서 아직 '기능적 토박이어'로 성장하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 이유로 ▶이들 3국이 사실상 단일민족, 단일언어 역사를 가지고 있고 ▶인도나 필리핀처럼 장기간 식민지 지배를 받지 않았으며 ▶서구문명을 정신-물질로 나눠 선별적으로 수용한 점 등을 언급했다.

김 교수는 "한국이 1500년 동안 한문내지 한자의 식민지 상태였으나 그것은 한국어화한 한자, 즉 '華來 한국어'(Sino Korean)이었다"며 "이같은 정신은 지금도 일부 지속돼 Konglish, Japlish를 만들지언정 영어를 공용어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영어가 한 지역에 완전히 뿌리내리려면 영어 창작활동, 영어 방언형성, 공용어로의 제도화 등 이른바 '기능적 토박이어'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나 문화·정신적 자부심이 강한 동북아 3국에서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영어가 세계어로 성장한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며 "따라서 통일성과 다양성, 전통과 개혁, 모국어와 타국어 등의 언어정책을 취하면서 국제어 균형감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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