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홍국 차장 / 한국은행 충북본부

금융기관은 고객으로부터 예금을 받아 이를 대출을 해 주거나 주식 등 여러 가지 형태의 자산으로 운용한다. 그러나 예금주가 맡겨 둔 돈의 인출을 요구하는 경우 금융기관은 언제든지 지급에 응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바로바로 대출을 회수하거나 자산을 처분하기는 곤란하다. 따라서 고객들이 예금을 찾으려 할 때 즉각 지급하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을 적립하여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 이처럼 고객의 지급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금융기관이 예금채무의 일정비율을 미리 준비해 놓고 있는 자산을 지급준비금(reserve)이라 하며 그 비율을 지급준비율이라 한다.

이러한 지급준비금은 고객의 예금인출 수요에 대비한다는 목적 외에 중앙은행이 시중유동성을 관리하기 위한 통화정책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는 중앙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상향조정하면 은행들은 더 많은 지급준비금을 보유해야 하므로 예금 중에서 대출할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듦에 따라 시중에 유통되는 돈의 양이 감소하게 되고, 반대로 지급준비율을 하향조정하면 은행이 대출할 수 있는 금액이 커져 시중의 돈은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급준비율은 예금종류에 따라 2.0%~7.0%(평균 3.8%)로 차등 적용하고 있으며, 금융기관들은 이에 해당하는 지급준비금을 한국은행에 예치하도록 법(한국은행법 제55조)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지급준비금제도는 금융의 자유화 및 개방화 진전 등으로 시장기능에 바탕을 둔 통화정책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도 지준(통화량)보다 금리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면서 그 역할이 점차 축소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지급준비제도는 중앙은행이 그 비율을 조금만 조정하더라도 시중 유동성 수준에 강력하게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경제규모의 확대로 개별은행의 결제리스크가 높아져 지급결제제도의 안정성이 더욱 요구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지급준비정책은 공개시장조작 등 다른 통화정책 수단과 함께 여전히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수단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갖을 수밖에 없다.

실제 중국의 중앙은행은 급속한 경제성장과 해외자금 유입 확대 등에 따른 과잉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지급준비율을 지난해에만 무려 10차례에 걸쳐 5.5%p나 상향 조정하는 강력한 긴축정책을 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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