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저가 많이 팔려 중가는 샌드위치 신세

쌀소비 패턴도 갈수록 양극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국민 주식인 쌀에도 삶의 질이 투영되는 것이어서, "사회학적으로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23일 농협 청주물류센터(용암동)에 따르면 경제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고가-고품질의 쌀 판매량이 중가미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센터 관계자는 "20㎏ 1포를 기준으로 했을 경우 고가대 중가미의 판매량 비율이 6대 4 정도가 되고 있다"며 "그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한 달 20일 판매를 기준으로 했을 경우 고가-고품질 쌀은 평균 1천150포, 중가미는 750포 팔리고 있다"며 "이때의 고가미는 포당 4만7500원 이상, 중가미는 4만4천원~4만2천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른 곳과 달리 이곳 물류센터는 고가와 중가미로만 분류할 뿐 저가미는 취급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고가의 쌀에는 '내가 태어난 곳의 쌀을 먹겠다'는 이른바 혈연, 지연 관계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유통전문 조사업체인 GS&J 인스티튜트도 지난해 하반기 비슷한 내용의 통계 수치를 발표한 바 있다.

GS&J 인스티튜트는 "전국 쌀 시장을 분석한 결과, 5만원 안팎의 고가쌀(20kg 브랜드 기준)의 판매비중이 2003년 14.7%였던 것이 최근들어 15.5%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또 4만원 안팎의 저가 쌀의 판매도 지난 2003년 판매량 비중이 41.7%에서 근래들어 58.6%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품질과 가격 면에서 중간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중간가격 쌀은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민 주식인 쌀에도 소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국민 富의 양극화가 쌀소비에도 반영되면서 쌀의 질과 양을 추구하고 있는 계층이 분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제력이 비교적 넉넉한 소비계층이 고가의 유명 브랜드와 친환경쌀을 집중적으로 찾으면서, 그 영향이 고가미 판매량 증가를 현저하게 불러왔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민 주식인 쌀에까지 소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어찌보면 서글픈 현상"이라며 "우리사회 富의 편재가 그만큼 심화된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시급히 정책적인 대안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조혁연

hycho@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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