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청주인쇄출판박람회의 모티브인 「직지」는 白雲和尙抄錄 佛祖直指心體要節(백운화상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의 약칭으로 현존하는 세계最古(최고)의 금속활자본이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부터 금속활자를 주조해 서적을 간행해 왔음이 여러 문헌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그중 하권1권이 실물로 전해지고 있는 직지는 고려 우왕3년인 1377년 7월 찍어진 것으로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 진 것으로 알려져 왔던 독일의 구텐베르그 활자보다 78년이나 앞선 것이다.

더구나 직지 하권 말미에 「宣光七年丁巳 七月 日 淸州牧外 興德寺鑄字印施(선광칠년정사 칠월 일 청주목외 흥덕사주자인시)」라는 인출기가 나타나 있어 직지가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되었으며 현존하는 세계最古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직지」의 판본은 흥덕사에서 간행된 금속활자본 1종과 경기도 여주 취암사에서 간행된 목판본 2종이 현재 전해지고 있다.

흥덕사본은 청주목 흥덕사에서 상하 2권2책이 간행됐으나 현재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하권만 제일 첫장이 떨어진 상태로 보관돼 전해지고 있다. 직지의 내용은 상권에서는 인도와 중국의 유명한 祖師(조사)를 수록하고 있고 하권에서는 조사들의 게송,찬송,법어,문답,서신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책 제목의 중심주제인 직지심체는 「直指人心 見性成佛(직지인심 견성성불)」이라는 禪宗(선종)의 悟道名句(오도명구)에서 따온 것으로 「참선하여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볼때 그 마음의 본성이 곧 부처님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는 뜻이다.

직지의 원저자는 백운화상의 스승인 중국 원나라 석옥청공으로 백운화상이 「불조직지심체요절」이라는 책1권을 받아 고려로 가져와 가장 요긴한 내용을 추리고 일부 증보해서 상하2권으로 재편집한 것을 그가 입적하고 3년뒤인 1377년 제자들이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했고 그 이듬해인 1378년 취암사에서 목판본으로 간행했다.

직지를 편찬한 것은 학승들의 교육용 교재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고 금속활자를 사용한 것은 대량출판이나 후세에 전해줄 중요한 책 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직지」는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는데 이는 고종(高宗)때 주한프랑스 대리공사로 서울에 근무했던 꼴랭 드 쁠랑시가 수집해 본국으로 가져가 골동품수집가였던 앙리 브베르에게 넘어갔다가 1950년 유언에 따라 프랑스 국립도서관으로 이관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직지가 본격적으로 세인의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1972년 「세계도서의 해」를 기념하기 위해 출품되면서 였다. 또 1985년에는 청주대박물관이 이 직지를 찍어낸 흥덕사지를 발굴 청주가 세계인쇄문화의 메카임을 확인시켰다. 이후 직지반환이나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한 노력이 잇따르고 있다.

인류가 금속활자를 이용로 찍은 책가운데 현존하는 세계 최고본이 우리나라, 특히 청주에서 탄생되었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금속활자는 미국의 유력 시사 주간지 라이프지가 21세기를 앞두고 조사한 지난 2천년간 인류의 업적에서 첫번째로 꼽혔을 정도다. 금속활자가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지식과 정보의 대량 생산과 유통,즉 지식정보산업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19세기 산업혁명이나 20세기 과학기술의 획기적인 발전도 바로 지식의 대량생산과 유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디지털로 상징되는 21세기 지식정보시대에 세계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가 갖는 의미는 더 각별하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