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식 / 건양대 의공학과 교수

현대사의 과도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새로운 세기를 접하면서 급박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거센 물살처럼 흘러가는 세상에서 도태되지 않고 능동적으로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덴마크의 철학자 키엘케골이 다음과 같은 실화를 이야기한 일이 있습니다.

옛날 어느 마을 가운데의 곡마단에서 서커스 연습 중에 불이 났습니다. 불길은 그 광장 뿐만 아니라 인접해 있는 마을을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 사실을 마을 사람들에게 빨리 알려서 신속하게 대피하도록 하기 위해 한 어릿광대가 서커스용 자전거를 타고 마을로 쏜살같이 달려갔습니다. 그는 자전거로 마을길을 달리면서 사람들에게 곡마단에 불이 나서 마을이 위험하니 빨리 대피하라고 소리 질렀습니다.

호기심에 찬 마을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집과 상점에서 몰려나와 길가에 늘어서서 이 진기한 광경을 구경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울긋불긋한 복장의 어릿광대를 보면서 서커스 하는 것과 같은 그 우스운 모습과 놀라운 자전거 솜씨에 손뼉을 치면서 환호하였습니다. 하! 참 이것보다 더 즐거운 구경거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박수치면서 공짜로 보는 서커스의 짜릿한 묘기에 정신이 팔렸던 것입니다.

"빨리 피하세요. 곧 불길이 이곳에 닥쳐옵니다. 빨리요!"

어릿광대가 더욱 필사적으로 소리를 치자 마을 사람들은 그 묘기에 감탄해 점점 더 큰소리를 치면서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사이에 불이 마을까지 순식간에 번져서 집과 상점이 불타기 시작하였습니다. 넋놓고 구경에 팔려 있던 모든 사람들이 미처 손쓸 사이도 없이 눈에 보이는 것 모두가 불에 타고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어릿광대가 심각하게 외치는 소리를 그저 남의 일로, 구경거리로, 강 건너 불보듯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부르짖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으며,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기 주위에 모여 있는 많은 사람들도 어릿광대의 언행에 별 경각심을 갖지 않은 것으로 보아 별일 아닌 것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자기들에게 닥칠 재난에 대비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우리는 또한 현재의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는, 서서히 데워지는 비이커속의 개구리와 같은 신세가 아닌지 궁금합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바로 변화의 시대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군중 속에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엄청난 규모로 다가오는 것이 아닙니다. 빠르기는 하지만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에, 눈치 채지 못하게 계속적으로 진행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비이커 속의 개구리나 곡마단의 불길과 같은 경우처럼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우리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소수의 사람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는 야심찬 시대일 것이고,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비참한 시대일 것입니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위대한 변화가 눈앞에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수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과거의 정체된 시간만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무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헤매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내려오던 낡은 사고방식에 얽매어 있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좋은 대학 가서 공부 열심히 하여 좋은 직장에 취직하자."와 같은 것입니다.

그것은 산업화시대 때 필요하던 사고방식입니다. 교육에는 왕도가 없다고 합니다. 그것은 시대를 떠나서 어느 때나 중요합니다.

그러나 직장을 얻기 위해 공부를 하고, 그리하여 졸업 후 안정적인 직장을 찾고, 그러면 정부나 기업이 그들의 은퇴 생활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사는 것은 현시대에 맞지 않는 것입니다.

고개를 들어 멀리, 더 멀리 내다 보아야 합니다. 변화가 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사람들이나, 알아도 인정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현재의 변화는 가히 절망적입니다. 이렇게 변화의 바람은 거세고 폭풍처럼 모든 것을 휩쓸어 가버리기도 합니다.

우리는 계속해 변화해야 합니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이고, 개방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주저하지 맙시다. 우리가 먼저 변합시다. 수동적인 태도를 능동적인 태도로, 환경을 탓하는 태도에서 내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나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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