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문섭〈논설위원〉
인터넷 '괴담(怪談)'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광우병 괴담'에 이어 '정도전 숭례문 예언'이 나돌더니 '이명박 독도(獨島) 포기', '인터넷 종량제', 의료보험 민영화' '수도 민영화' 등으로 끝이 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중 "숭례문이 불에 탔으니 도읍과 국가 전체에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삼봉 정도전 선생의 예언은 확인하기 어려운 불명확한 것들이다.

'이명박 독도(獨島) 포기' 선언 소문은 이 대통령이 한일정상회담에서 일본과의 미래지향적인 관계설정 의사를 밝히고, 권철현 주일 대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독도나 일본 교과서 문제를 거론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네티즌들을 가장 흥분시키고 있는 것은 인터넷을 사용한 시간과 양에 따라 요금을 부과한다는 인터넷 종량제(從量制).

한번 클릭에 30원이라는 소문과 구체적인 '인터넷 종량제 테스트 프로그램'까지 나돌자 "없는 사람은 인터넷도 하지 말라는 얘기냐?"는 반발심리 속에서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들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참여정부정책평가포럼 강연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끔찍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동영상도 괴담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도 인터넷 종량제는 근거 없는 이야기임을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인터넷 괴담들이 포털사이트와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은 블로그와 카페,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 실어 나른 글을 본 네티즌들이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포털을 통해 해당 괴담을 집중 검색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서명은 당초에는 한반도 대운하와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반대 등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이 타결된 직후 더욱 심화되고 있다.

취임 100일도 안 된 대통령을 상대로 탄핵운동이 벌어지는 데에도 서명 숫자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4월 6일부터 미디어다음 아고라에서 진행 중인 이명박 대통령 탄핵 1천만인 서명운동은 불과 두 달 사이인 6일 현재 125만 명을 넘어섰다.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율은 사상 최저인 30%대로 떨어졌고, 온라인 민심도 돌아 설대로 돌아선 느낌이다.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의 인터넷에서 국민에게 꿈과 아픔을 함께 할 미래비전을 제시해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네티즌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 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경제를 회생시켜 달라는 국민적 열망 속에서 당선된 대통령이 취임초기부터 저항과 반발 여론에 내몰리는 것은 국민감정의 저변을 건드리고 있어서다.

여기에 박근혜 측과의 불화와 한반도 대운하 밀어붙이기에 이어 미국산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은 불난 곳에 휘발유를 끼얹은 형국이다.

경제 살리기마저 신통치 못해 민심이반이 가속화된다면 이 대통령은 5년의 임기동안 안정 기반을 확보하기조차 힘들지도 모른다.

사회학자들은 최근의 인터넷 괴담, 유비통신, 카더라 통신이 난무하는 것을 두고 사회나 정권에 불만을 표시하고 확산시키려는 디지털 마오이즘의 일환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괴담과 '유비통신', '카더라' 통신이 판을 치는 사회는 어딘가 불안한 사회이다.

불안한 사회를 형성하고 있는 태풍의 눈에 대통령이 단골메뉴로 등장한다는 것은 혼자서 모든 일들을 독단적으로 처리하려 들기 때문이 아닐까.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는 한 민심이반 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바닷물이 웅장한 것은 언제나 아래로 처신하면서 자신에게 흘러 들어오는 모든 물들을 다 받아주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바다와 같은 포용력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선보일 때 이반된 민심도 조금은 돌아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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