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같은 영화 람보를 보아도 미국에 대한 긍지를 가진 백인 한명이 수많은 악당을 다 쳐부수고 만다. 미국 백인들은 람보 같은 영화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한다. 그런 욕구가 존재하는 한 비슷한 영화는 계속 나올 것이다. 이런 점이 꼭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과장의 문제는 있겠지만 누구나 자기 나라와 자기 민족에 대한 긍지는 있기 때문이다.
▲ 지난 휴가때 지나친 버지니아주의 한 도시. | ||
미국은 대중 교통이나 학원사업이 발달되지 않았고 땅이 넓어 행동 반경이 넓다. 나의 가족만 보아도 분담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임을 알수 있다. 방과 후 축구클럽에 아들을 내가 데리고 가 한시간 훈련을 받고 온다. 같은 시간대에 딸 수영레슨도 있다. 딸은 아내가 데리고 가서 한시간 기다렸다 온다. 이런 레슨들 비용은 싼 편이다. 오히려 레슨비보다 부모들의 노력이 더 큰 일이다. 게다가 미국법은 미국나이 13살(한국나이 15살)이 되지 않은 아이들을 부모없이 집에만 둘 수가 없게 되어 있다. 아이들이 본 시험지에도 부모의 소견을 쓰고 사인을 해서 학교에 돌려 보내야 한다. 이런 저런 일들이 엄마 혼자서 할 수 있는 양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육아와 가사를 분담할 수 밖에 없다. 돈 잘버는 아버지도 아이들 기사 노릇을 해야 한다.
미국 직장생활도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특히 퇴근후 시간이 그렇다. 한국 직장인들의 퇴근길 한잔은 스트레스 풀며 활력을 찾는 장이다. 아내들도 2차 3차를 가지 않는 한 퇴근길 한잔은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미국 직장인들은 칼퇴근이다. 퇴근 시간 5분전부터 집에 가려고 엉덩이를 들썩이다가 ●하면 집으로 달려 간다. 집에 가도 특별히 재미있는게 없는거 같은데 심심해도 집에 있는게 낫다는 생각같다. 그러나 주말에는 늦게 까지 논다. 이웃들도 주중에는 조그만 소음에도 예민해 하다가 주말에는 웬만한 소음은 주말의 양념정도로 생각하는 분위기다. 주중에 술마시고 주말에 코가 비뚤어지게 자던 나는 미국 직장 생활 적응에 한참 걸렸다. 퇴근 후 시간이 너무 밋밋하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휴가준비를 오래전부터 참 정성껏 한다. 여름 휴가를 다녀와서 바로 내년 여름 휴가계획을 세우는 집도 많다. 나는 아직도 휴가 2-3주전까지 목적지를 정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을 보이는데 이런 나의 우유부단한 휴가계획을 아내는 유연한 사고라고 받아 들여준다. 천생연분이다.
미국 생활은 참 심심하다. 퇴근시간이 가까워 오면서 들뜨는 기분은 찾기 힘들고 퇴근 해 아이들 숙제 좀 봐주고 인터넷서핑을 조금 하다가 잔다. 가끔 맥주한잔과 한국에서 공수해온 오징어를 즐기는 정도가 주간 이벤트지만 이런 생활이 싫지가 않다. 나와 달리 한국에서 술을 즐기던 주당들은 한국의 정겨운 술 문화를 그리워 하다가 병이 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부킹이 어려운 한국에서 골프에 한이 맺힌 사람들도 처음에는 미국이 천국이라고 하다가 2-3년 지나면 골프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부르짖기도 한다.
미국생활은 낭만적이지도 힘든 생활의 탈출구도 아니다. 그저 또 다른 현실이다. 타국생활은 결코 만만치도 정겹지도 않다. 외로움의 시작이고 낯설음의 시작이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어색한게 타국 생활이다. 이런 불편함을 극복하고 살아가는게 타국 생활이고 미국 생활 인 것 이다.
송승우 / 칼럼니스트 sportsfn@gmail.com
중부매일
jb@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