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욱 / 충북도 정무부지사

빠른 세월에 나는 몰입의 시간을 보냈다.

느낌의 두달에 고개를 드니 문득 2년이 흘렀다. 원없이 일했다. 치열했고 전쟁의 연속이었다. 그 전리품이 바로 14조2천억원이다.

하이닉스 유치 성공 후 나의 2년 내 도전목표가 '1420'이었다. 경기도 손학규의 4년 실적 '1410'보다 1천억을 더 얹었다.

모두들 충북에게는 버겁고 무모하다고 했다. 충북이 거둔 이 훈장은 숫자보다도 자신감이다. 저 골리앗 같은 '경게거인 경기도'를 이겼다는 다윗의 자신감 말이다.

언제 어디까지 할 것인가?

취임때 부터 내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다. 목표를 달성했으니 나는 이제 떠나려 한다. 성공한 선수나 감독은 그라운드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나에겐 늘 새로운 변화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회상해 본다. 취임전에 말이 많았다. 대체로 겉과 속이 다른 두가지 이유였다. '입바깥 이유'는 "기업에만 있던 놈, 과연 능력이 있는지 검증되지 않았다"였고 '마음속 이유'는 "경상도놈을 어찌 충북 부지사 자리에?"였단다. 나는 취임식에서 짧고 분명하게 말했다.

"백마디 말보다 오로지 성과로 답 하겠습니다" "결코 벼슬로 생각치 않습니다. 이거야 말로 자원봉사지요" 초심을 지키려고 월요일 아침 출근때 마다 취임사를 읽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9년 전 빅딜때 나를 청주로 발령했던 사장과 저녁 밥을 먹었다. "자네 그때 내가 잘 보냈지?"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줄 아십니까?" "성공하고 있다는 소문듣고 있네" "혼자 죽도록 빚갚고 있습니다" "무슨 빚을?" "하이닉스가 어디 금융부채 뿐이었습니까?" "산더미 같은 사회적 부채를 두분 사장 모두 외면하고 떠났습니다. 제가 여길 와서 이제 다 갚아 갑니다"

나는 그동안 솔직히 벼슬살이 안했다. 할 줄도 몰랐다. 오로지 빚갚는 신념으로 최선을 다했다. 진정한 봉사는 대가가 없다. 처음부터 연봉은 가난한 꿈나무에게 털었다.

사석에서 어느 원로가 '충북 경제의 히딩크'라고 추켰다. 과분한 칭찬이었지만 그 말 한마디에 소박한 보람도 느꼈다.

어느날 공식 행사장 불편한 자리, 공직의 질서와 틀에 점점 익숙해져가는 내 자신을 문득 발견했다. 이래선 안되지…. 안주하는 것은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 자유혼을 상실치 않기 위해 지금 나는 탈출해야 한다.

남도의 시인은 가을의 지리산을 이렇게 노래했다. "최선을 다하고 아낌없이 불타는 것들은 아름답다. 그러나 소멸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후회없이 살아온 사람의 한 생도 그러하리라" 지금의 내 마음이다.

150만 도민과 특히 지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사람답게 빚 갚을 봉사의 기회를 준 것은 천지간의 은혜가 아닌가? 그동안의 성원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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