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연국 / 충주대학교 교수

인간은 식물과 동물을 먹을 수 있는 잡식동물이다. 마이클 폴란이 지은 '잡식동물의 딜레마(The Omnivore's Dilemma)'에서 인간은 모든 것을 먹을 수 있는 축복받은 존재이지만 이로 인해서 먹을거리와 관련된 모든 위험에 노출돼 있는 처지임을 말하고 있다.

요즘 대한민국은 광우병의 회오리에 휘둘리고 있다. 병명이 무섭다. 미국에서도 학명이 아닌,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병명은 광우병(Mad Cow Disease·狂牛病)이다. TV 화면에서 소들이 쓰러져서 일어나려다가 다시 쓰러지는 장면과 이를 지게차로 옮겨서 처리하는 안타까운 장면을 보기도 했고, 흔하지는 않다고 하지만 사람에게 감염되어 사망에 이른 사례들이 보도된 바 있다.

광우병에 걸린 소는 뇌조직이 손상된다. 뇌기능이 작동하지 않으니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지기 일쑤고, 경련을 일으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죽게 된다.

광우병은 유럽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인간이 초식동물인 소에게 도축 부산물인 뼈와 내장을 사료로 가공하여 먹임으로써, 사료비를 줄이고 부산물 처리비용을 아끼기 위해 사람들이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면서 광우병은 생겨났고, 이를 먹게 된 사람들의 일부에게 인간광우병이 발생한 것이다.

인간과 소의 소화기관은 확연히 다르다. 사람은 위가 하나지만 소는 네 개나 된다. 우리는 되새김질을 하지 않지만 소는 한다. 소의 소화기관의 전체 길이는 사람보다 훨씬 길어서 나뭇잎이나 잡풀을 뜯고 소화시킬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러한 개체 간의 서로 다른 유전적 기질은 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육골분을 먹임으로써 광우병이 발생했듯이, 잡식동물인 인간이 육식에 치우친 식습관으로 변화해감으로써 대부분의 현대병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 아닌가.

오늘날 우리는 단순한 농업 기술의 개발만으로는 식량의 수요를 감당해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동차의 기름 값이 올랐다고 아우성이지만 곡물의 국제시세는 그 상승곡선이 훨씬 가파르다. 이러한 상황이니 유전자 변형 농산물(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 GMO)을 시장에 공급하기에 이른 것이다. GMO의 유해성에 관해서는 확실하게 검증된 것이 아직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것이 시장논리의 결과가 아닌가, 작은 노력으로 큰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정글의 법칙. 모든 사회 부문에 경쟁체제를 도입하여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이것은 정부 일각의 주장이기도 하다.

이제 정부는, 인간광우병을 두려워하고 건강을 걱정하는 국민을 편안하게 해야 할 책무를 더욱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우선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 일반 국민들이 FTA 협상 테이블에 참여하여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해서는 아니 된다. 소고기 수입에 관한 것이 FTA 협상의 전부가 아니고, 주고받는 것이 무엇인지, 유불리를 알리고 궁극적으로는 수출국가인 대한민국의 GNP를 올릴 수 있는 방안임을 더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정부 당국자는 이미 할 만큼 했다며 답답해하겠지만 말이다.

우리의 식량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 이제 식량은 시장논리로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27%에 불과한 대한민국도 식량파동을 걱정해야 한다.

기상이변 뿐만아니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곡물 수요 증가, 여기에 곡물투기와 곡물 수출국들의 수출중단 등 악재가 이어진다면, 돈을 주고도 식량을 구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을 생각하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우리 모두는 좀 더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미국소를 먹으면 모두 광우병에 걸려서 결국 대한민국이 없어질지 모른다."고 학생들을 오도하여 길거리로 몰려가게 해서야 되겠는가. 이제 한 발 물러서서 미래의 대한민국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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