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는 이만희 작가가 2년여의 난산 끝에 태어난 작품으로 어느 늙은
배우가 생의 마지막 몇 달 동안에 겪는 고단한 삶을 통해 인간이 황혼기에 느끼는 고독감이 무엇인가를 그리고 있다.
작가는
세속적인 명배우의 굴절 많은 화려한 삶이 아니라 평범하기 짝이 없는 한 이름 없는 배우의 일상적 삶을 특별히 꾸임없이 그리는 가운데
인간이 노년기에 겪어야 하는 사건이 무엇이고 그들이 이 사건을 통해 느끼는 무력감과 좌절감이 어떤 것인가를 담담한 필치로 묘사하고
있다.
극중 배경은 1996년. 오래 전 신파극 무대에서 엑스트라에 가까운 작은 역할만을 맡으면서 배우인생을 마감한 68세의
노배우 서일에 대한 이야기다.
허름한 단칸방에서 생활비 때문에 하나밖에 없는 자식과도 같이 살지 못하고 얼마 전 죽은 아내가
유일하게 남겨놓은 점방 세 30만원으로 생활을 이어간다.
어쩌다 결혼식 주례 청탁이 들어와 준비하다가도 갑자기 취소되고
옛날의 극단동료가 연극을 하자고 해서 연습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무산되고 만다.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았던 김밥집 과부도 돈 많은
은방 주인에게 시집을 가버리고 그의 주변인들은 서일에게 도움은 커녕 실망감만 안겨준다.
그는 신문기자의 농간으로 연극상 상금도
받지 못하고 지조가 있는 예술가라는 소리를 듣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그는 지조 있는 영웅에서
패잔병이 되었다는 심한 좌절감에 휩싸여 혼잡한 네거리를 횡단하다가 마침내 질주하는 자동차에 치여 죽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