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고 박수 받을때 기분 … 그 맛에 연극 계속하는 것"

연극 '어떤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 주인공 맡은 이승부씨

13일부터 6월7일까지 연극공간 문에서 공연되는 '어떤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 주인공 '서일'역을 맡은 이승부(50)씨.이씨는 지난 1976년부터 연극을 시작해 올해로 33년째를 맞았다.이씨는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살고 또 처한 상황이 비슷한 연극인의 이야기라서"라고 말한다.이번 공연은 1시간25분정도 진행되는 극중에 4분의3을 혼자 소화해야 하는 일인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만큼 대사량도 많고 극을 이끌어가는 부담감이 있지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외우면 못하죠, 생활에서 나오는거지…." 또 "오히려 혼자 호흡조절을 하면 되니까 편한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모노드라마를 방불케 할 정도로 주인공의 비중이 크고, 오로지 배우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작품이니만큼 이 작품은 중견 배우라면 한번쯤 탐내볼만한 작품이다.충북의 대표적인 연극배우라는 평이 있는 그에게 물었더니 "극중에 이런 대사가 있다"며 "날더러 왜 TV에 안나가느냐구요? TV 드라마… 그게 드라맙니까? 속임수, 진실성이 없는 장난…. 연극하고 TV 드라마하고 혼돈해선 안되죠. 근데 어떤놈이 날 TV에 불러줘야 말이지"라며 "누가 불러줘야 말이지"를 강조하며 열악한 연극 현실을 대변했다.충북연극의 중흥기였던 90년대 초반 40대인 이씨에게도 우울증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다.그 당시만해도 자기 스스로 굉장하고 잘난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그가 자신의 역량이 크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부터 스스로를 인정하는데 힘들었다고 말했다.앞으로도 그 그릇을 채워가기 위해 관객들에게 진실로 대하면서 살겠다는 이승부 씨."다른 일들도 많이 해봤지만 재미가 없다"는 그는 "끝나고 박수를 받을 때 그 성취감이란 말할 수 없다"며 "그래서 이 연극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밝혔다.극중에서 기자가 원로 배우에게 묻는다. 왜 연극을 했느냐고, 후회는 없느냐고. "…좋아했으니까. 후회? 이제와서 후회한들 뭐해. 인생은 살다보면 말년기는 후회하기 마련인데. 그리고 결국 이건 내가 택한 일이야. 그럼 연극이 끝날때까지, 인생이 끝날때까지 그 약을 해야하는게 아냐?"라고 말한다.이씨의 대답도 같다. "나도 후회안한다. 좋아하니까 했고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라고 했다.33년간 셀수는 없지만 80~90여편의 작품을 해온 그는 수많은 기억에 남는 작품들 속에 이번 작품도 기억의 한 획을 그을 것으로 보인다.극단 청사의 서홍원 단원은 "이승부 선생님과 한 극단에서 작품할 수 있다는 게 행복"이라며 "지역에서 33년이라는 시간을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지켜주셨다"고 밝혔다.그는 또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것이 존경스럽고 후배들에게 정확한 지적과 함께 좋은 말씀을 해주신다"며 "앞으로도 타지역보다 충북 연극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좀더 오랫동안 지켜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33년간 충북지역연극을 지켜온 이승부 씨는 충북연극의 산증인으로 오늘도 열심히 연습하며 관객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 이지효 jhlee@jbnews.com
내달 7일까지 청주 '연극공간 문' 서

■어떤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

▶기간 : 2008년 5월 13일(화)~ 6월 7일(토)

▶시간 : 평일 7시 토, 휴일 4시, 7시 (일요일 쉼)

▶장소 : 연극공간 문 (청주대학교 정문 옆)

▶가격 : 일반 1만원, 중고생 8천원

▶*사랑티켓참가작*

http://www.sati.or.kr/ 사랑티켓 홈페이지 참조

황혼기에 겪는 고독 · 좌절감 그려

■작품개요와 줄거리

'어떤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는 이만희 작가가 2년여의 난산 끝에 태어난 작품으로 어느 늙은 배우가 생의 마지막 몇 달 동안에 겪는 고단한 삶을 통해 인간이 황혼기에 느끼는 고독감이 무엇인가를 그리고 있다.

작가는 세속적인 명배우의 굴절 많은 화려한 삶이 아니라 평범하기 짝이 없는 한 이름 없는 배우의 일상적 삶을 특별히 꾸임없이 그리는 가운데 인간이 노년기에 겪어야 하는 사건이 무엇이고 그들이 이 사건을 통해 느끼는 무력감과 좌절감이 어떤 것인가를 담담한 필치로 묘사하고 있다.

극중 배경은 1996년. 오래 전 신파극 무대에서 엑스트라에 가까운 작은 역할만을 맡으면서 배우인생을 마감한 68세의 노배우 서일에 대한 이야기다.

허름한 단칸방에서 생활비 때문에 하나밖에 없는 자식과도 같이 살지 못하고 얼마 전 죽은 아내가 유일하게 남겨놓은 점방 세 30만원으로 생활을 이어간다.

어쩌다 결혼식 주례 청탁이 들어와 준비하다가도 갑자기 취소되고 옛날의 극단동료가 연극을 하자고 해서 연습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무산되고 만다.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았던 김밥집 과부도 돈 많은 은방 주인에게 시집을 가버리고 그의 주변인들은 서일에게 도움은 커녕 실망감만 안겨준다.

그는 신문기자의 농간으로 연극상 상금도 받지 못하고 지조가 있는 예술가라는 소리를 듣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그는 지조 있는 영웅에서 패잔병이 되었다는 심한 좌절감에 휩싸여 혼잡한 네거리를 횡단하다가 마침내 질주하는 자동차에 치여 죽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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