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정 / 충북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청남대(CHEONGNAMDAE)의 홍보카피는 '아늑하고 호젓한 대통령의 별장' '대청호반의아름다운 대통령별장 청남대!' 등 언제나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아니 결코 빠져서는 안될 일이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와 보면 대통령의 이미지가 청남대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1983년 12월 청원군 대청댐 부근 약 55만여평의 부지에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라는 의미로 완공되어, 2003년 4월 충청북도로 이양되기 까지 5명의 대통령이 휴가를 보내던 장소가 바로 청남대이다. 대통령관련 시설이었던 관계로 그간 20여년 동안 베일에 쌓여져 있었고, 대통령별장이라는 다소 낯선 이미지로 인해 개방 1년여만에 유료관람객 100만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점차 신비성이 떨어지고 여타 관광자원에 비해 매력이 취약하다는 이유로 점차 방문객수는 급감하고 있어, 이양받은 충청북도로서는 해마다 적자를 양산하는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첫째는 청남대 자체가 갖는 관광자원으로서의 매력성이 낮다는 것이다. 대청호를 끼고 있어 풍광이 양호하다고는 하나 그 자체로서 빼어난 목적관광지가 되기에는 다소 미흡한 감이 있다. 국내 유명 명승지는 물론 외국의 빼어난 관광지와 경쟁을 해야 할 위치에 있다면 문제는 자못 심각하다.

둘째로 진입로가 불편하다. 현재 관람객이 청남대로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은 대형 관광버스와 문의파출소앞 청남대 매표소에서 좌석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승용차로 오는 사람들은 문의에 자동차를 세워 놓고 다시 좌석버스를 타고 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는 인근에 왔던 관광객들의 발길을 돌려 세우는 매우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된다. 더욱이 버스로는 비교적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대청호변 진입로의 멋진 모습을 제대로 감상하기조차 어렵다. 늦가을 단풍철의 청남대 진입로는 그야말로 환상 그자체인데 말이다.

셋째로 입장료가 상대적으로 비싸다. 현재 입장료 수준은 어린이 3천원, 어른 5천원이다. 최근 국립공원 입장료가 없어진 점을 감안한다면 방문객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비싸다고 느낄 수 있다. 물론 비싸고 싸고의 문제는 다분히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지불한 입장료만큼 보고 가는 것이 있다면 비싸다는 느낌을 가지지는 않는다. 입장료가 비싸다면 기대했던 것 보다는 형편없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청남대가 갖고 있던 '고급스럽고 독특한 이미지'가 점차 퇴색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진입도 불편하고, 입장료도 비싸고 게다가 관광자원으로서의 매력성도 크지 않는 마당에, 그나마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과의 연계 이미지마저 약화된다면 그야말로 청남대가 설 자리는 더욱 비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사실은 관람객수의 급감이라는 현실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청남대를 살리자는 제안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관람객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각종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방안, 예전에 초병이 순찰 다니던 길을 걷기 좋은 산책길로 만들자는 방안, 문의에서 청남대까지 모노레일을 설치하는 방안, 가족단위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오락시설의 설치, 청남대내 골프장 활용방안 등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들이 현재 청남대의 문제를 속 시원하게 해결해줄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남대가 다른 곳과 확연하게 구별되는 차별화 방안일 것이다. 그 중심에는 '대통령'이라는 고급스럽고 다소 신비하기까지 한 이미지가 있다. 현직 대통령이 직접 이용하기 어렵다면 전직대통령이라도 매년 일정 기간 동안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 (예를 들면 '○○○대통령 주간'), 국가 정상급 회담이 어렵다면 국가 장관급 회담이라도 매년 수차례 유치하여 국가 중요시설로서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방안 등을 제시할 수 있다. 그에 앞서 우선 충청북도에서도 각종 중요 회의를 청남대에서 개최함으로써, 예전 '청남대구상'이 연상되는 중요한 회의장소로서 청남대의 인식을 각인시켜 주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청남대를 일반 관광지와 차별화시켜야 한다. 즉 정책의 기본 방향이 많은 관광객을 불러 들이는 청남대 활성화에서 여타 관광자원과 차별화할 수 있는 '청남대 명소화'로 전환되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활성화가 아닌 명소화', 바로 거기에 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