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高)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지 40여일이 지났다. 자치단체마다 적극적인 방역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지만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국민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자식처럼 길러온 닭과 오리를 살처분해야하는 등 관련 축산농가들은 큰 시름에 빠졌고 닭과 오리를 판매하는 상인들과 이를 식재료로 이용해 팔고 있는 음식점들도 장사가 안돼 개점휴업 상태다.

서민들이 즐겨 이용하고 있는 재래시장 역시 피해를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일부터 '방역 사각지대'라는 이유로 재래시장에서 닭과 오리의 도축 판매행위를 전면 금지토록 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충북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청주 육거리시장내 닭 골목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썰렁하기 짝이 없다. 얼마나 장사가 안되면 인근의 삼계탕에 넣는 참쌀과 인삼 등 부재료상점들까지 문을 닫고 있을 정도다.

닭,오리를 식재료로 구이와 탕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들도 AI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말부터 매출이 떨어져 현재에는 정상매출의 10% 수준도 안된다며 아우성이다.

삼계탕을 주 메뉴로 하고 있는 50대 식당 여주인은 "익혀 먹으면 전혀 문제가 안된다고 목이 아프도록 이야기해도 소용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또다른 업주는 "그나마 있던 손님들이 그냥 나갈까 걱정돼 식당에 있는 TV를 켜놓지 않고 있을 정도"라며 노심초사하고 있을 정도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일년중 가장 매출이 높다는 대형마트도 닭·오리 판매코너를 임시휴업할 정도로 닭·오리와 관련된 경제인들이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각 지자체들은 AI 확산 차단을 위해 가금류 살처분과 방역에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몰라도 충북지역은 AI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다행스럽다. 그럼에도 불구 닭·오리 경제인들은 지자체에 불만이 많다. AI가 발생할 때마다 지자체와 관련기관들은 '삼계탕 먹기운동'을 앞다퉈 실시해 왔었다. 이 행사는 이벤트성이 강하지만 '아픔을 함께 하겠다' 의지표현이었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올해는 이 마저도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재래시장의 생닭 도축 판매 금지조치는 어쩔수 없다고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영세업자들이다. 대책없이 무조건 영업을 중지하라는 것은 이들에게 죽으라는 것과 마찮가지다. 이들의 아픔을 함께하는 지자체와 관련기관들의 성의있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아울러 정부는 2~3년을 주기로 찾아오는 AI의 불청객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축산농가를 비롯 상인과 음식점 등 닭·오리 경제인들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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