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정 / 청주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

난 어머니의 고통스런 출산을 통해 세상에 신고를 했다.

건강하게 태어남을 기뻐해주는 아버지의 품에서 세상을 배워나갔고, 하염없이 내 뜻대로 사는것이 아니라는것도 아버지의 매서운 회초리에서 배웠다. 아동에 있어 온 세상은 부모다.

먹는것에서부터 어른들을 대하는 태도도 그리고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서도 그들의 방향타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사춘기 시대는 친척도 아니고 날 알고있는 사람도 아닌 어느 남자의 눈빛 하나에 몸살나게 가슴앓이를 했다. 단지 그 남자의 노래를 통해 말이다.

스타의 영향력은 그래서 무서운게다. 마이크를 잡고 ' 기도하는 ~~~' 하면 난 나의 젖먹던 힘을 다해 '캬악~~~'하며 주저없이 가슴을 떨었다. 나의 아버지도 나의 열렬한 스타사랑에 텔레비젼을 나에게 양보해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유치하기 그지없지만 그당시 그 남자가 나에게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책받침에서부터 책표지 그리고 내방벽에는 마이크 잡은 그 남자의 사진이 날 지배하고 있었다.

그런 경험으로 내가 지금에서야 알게 된것은 '스타'라는 공인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태도는 최소한의 '기본'과 더 높은 책무성을 가지고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말 한마디가 갖는 영향력은 그 어떤 말보다도 모라토리움 시기의 청소년들에게는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은 결코 작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직업인으로 경제적 활동을 하게되면서부터는 스타도 아버지도 아닌 내 사회생활을 힘들게 하는 남자들의 칼날에 호들갑스럽게 방어하느라 가슴떨림이 아니라 분노와 두려움으로 찌들어 갔다.

총칼을 들이대지 않고도 사람을 서서히 익사시킬 수 있다는걸 알았다.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사람이 싫어 직장을 그만둔다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이해한다. 나의 일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설득시키고 때로는 새로운 일을 만들어가야 하는 일이기에 직장밖에서 패잔병이 되기를 무수히 경험해야 했다.

두서없이 만나는 무수한 남자들중에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속된말로 '꼴통'이 많았다. 어찌보면 그들도 날 꼴통으로 볼지도 모를일이지만 말이다. 서로의 생각이 다름이 있고 바라보는 방향이 달라도 그런 서로를 통합해가는 것이 '사회'가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자신을 그분야의 전문가(?)로 자칭하면서 귀를 열어주지 않는 그 꼴통들 때문에 난 내인생에 목표를 하나 더 갖게 되었다. 그리보니까 그 남자들이 감사하기도 하다. 덕분에 새로운 도전과 욕심을 갖게되었으니 말이다. 사람을 성숙시키는데는 반드시 좋은사람, 훌륭한 사람, 착한사람들만이 있는것이 아니라는걸 이론이 아니라 삶에서 배우고 있다. 내 사회생활의 격려자이며 든든한 지원자라 생각했던 사람도 더러는 내가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않는 조건일 때만 성립한다는것도 알았다.

내 인생의 후반부에는 적대적인 발전이 아니라 따뜻한 사랑으로 발전되길 희망한다. 내인생에 남자들은 어찌하였간에 내 인생의 원동력이 되었다. 나 또한 본의아니게 그런 영향을 주고받겠지만 최소한 '인간'으로서의 본질을 잃지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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