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 국민의 목소리도 듣지 못하는 대통령에게 작은 목소리로나마 랩을 선사하고 싶었는데 경찰은 조만간 소환 조사하여 혐의 사실이 드러날 경우 사법처리한다고 밝혔다.

개의치 않는다. 대통령에게 랩을 들려주는 것 이상의 절박함은 없고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기에 노래는 멈출 수 없다.


7월의 문을 여는 1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이 방문하는 충북도청 서문 앞에 모인 50여명의 충북도민은 곳곳에 전경을 배치하고 컨테이너(일명 명박산성)을 쌓아 진입을 원천봉쇄하는 경찰과 맞서고 있었다.

같은 시각 나는 드넓은 충북도청 마당에 있었다. 장애인 주차장에 가지런히 주차를 하자 멀리서 한 호위무사가 빛의 속도로 달려왔다. 키가 작은 내게 눈높이를 맞춘 호위무사는 말했다.

"여기 주차하시면 안 됩니다."

참 짜증나는 스타일이다, 깍듯하고 정중하나 인간이 인간을 대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 가까이에서 보니 별로 멋있지도 않았다,

"아저씨 코에 피지가 많이 꼈어요."

당황한 호위무사가 화를 삭이는 동안 본관 앞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에워싸기 시작했다. 그러나 누구도 선뜻 나가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당연하다, 왜 가야하는지를 누가 무어라 대답할 수 있겠는가.

1시간 40분을 꼬박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목적은 하나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김상윤 작사·곡의 랩을 들려주는 것. 이명박 대통령을 기다리는 긴 시간, 중간 중간 경찰과 공무원들이 번갈아 오가며 '철통같은 경비를 어찌 뚫고 들어왔는지' 물었고, '그만 됐으니 가라'고도 했다. 이들의 태도는 다분히 이중적이었다, 동정도 아니고 친절도 아닌 것이 질척질척했다, 대놓고 욕이라도 하는 게 차라리 인간적인 모습일텐데.

순간 분주하게 사람들이 오갔고, 한 호위무사가 다가와 말했다,

"이 앞으로 차를 대야하니 뒤로 1m만 물러나 주시겠습니까?"

"나는 키가 작아서 내 앞으로 차를 대면 대통령 나오는 것도 볼 수 없잖아요, 목소리 한 번 들려주려고 1시간 40분을 기다렸는데 이곳에 꼭 차를 대야한다면 차라리 내가 1m 앞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사력을 다해 앞으로 이동하자 4명의 여경이 사지를 들어 올렸다.

있는 힘껏 김상윤 작사·곡의 랩을 외쳤다, 딱 두 소절밖에는 할 수 없었지만.

경찰은 봉고차에 나를 구겨 넣어 상당경찰서로 이동, 대통령이 청주를 떠날 때까지 잡아두었다.

수천만 국민의 목소리도 듣지 못하는 대통령에게 작은 목소리로나마 랩을 선사하고 싶었는데 경찰은 조만간 소환 조사하여 혐의 사실이 드러날 경우 사법처리한다고 밝혔다.

개의치 않는다, 대통령에게 랩을 들려주는 것 이상의 절박함은 없고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기에 노래는 멈출 수 없다.

왜 아니겠는가. 인간도 아닌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목숨, 빽이 있나 힘이 있나 목청껏 노래나 부를 수밖에. / 김상윤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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