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정겨운 향기 솔솔 ~

▲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운천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물건값 흥정을 하고 있다. / 고형석
"좀 깎아줘요" "넉넉히 줄게요"

밝은 아침을 깨우는 사람들의 분주한 손놀림이 느껴진다.

저마다 손님들에게 선보일 상품 손질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에 삶의 여유가 묻어난다.

한쪽 과일가게에서는 낡은 목장갑을 낀 손으로 귤이며 사과며 과일을 매만지고 또다른 한켠의 수산물 가게에서는 생선이며 조개며 널어 놓는다.

15일 이른 아침, 사람 사는 향기로 가득한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운천시장'을 찾았다.

이곳은 상인수 110명에 80여개의 점포가 운영중이며 토지면적 5천640㎡로 청주시의 13개 재래시장 중에는 소규모에 속한다.

지난 1970년대 인근에 아파트가 생기고 상인들이 모여 상가가 하나 둘씩 들어선 것이 지난 1976년 지금의 운천시장이 됐다.

이곳은 지난 10여년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대형마트들과 인근의 도매시장으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이른 아침에 만난 운천시장의 풍경은 진한 땀 내음 가득한 진정한 일터의 모습이다.

떡집, 방앗간, 순대집도 분주하게 장사 준비를 마치고 돌아서니 하나 둘 손님들이 찾아들고 '좀 깎아달라', '대신 넉넉히 넣었다'고 답하는 소리도 정겹다.

그 중에서도 운천시장에서 17년동안 자리잡고 있는 '번영순대'는 시장의 명물로 통한다.

맛, 영양, 위생, 가격 어느하나 도심에 위치한 순대가게에 뒤쳐지지 않는다.

메뉴도 다양하다. 이 집의 대표음식인 막창순대를 비롯해 모듬찰순대, 막창구이, 국밥, 술국, 족발, 각종 찌개 등 10여가지가 넘는다.

막창순대에 들어가는 재료만 해도 야채, 두부, 고기, 부추 등 15가지에 이른다.

번영순대 주인 김옥자(46·여)씨는 "비결은 17년 동안 한 길을 걸어온 손 맛"이라며 "인근에 살다가 이사를 가신 손님들도 이 맛을 잊지 못해 또 찾아오곤 한다"고 말했다.

최근 운천시장은 변신을 준비중이다.

지난 2003년 천장 아케이트 공사 뒤 올해는 시장 상인들을 위한 교육장이 개설 될 예정이다. 또 운천시장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주차장 문제도 머지않아 해결될 것이라는 게 박영배 청주시 상인연합회 회장의 설명이다.

박 회장은 "아케이드 공사도 그렇고 교육장, 주차장, 상품권 100억 돌파 등 시청과 도청 담당 공무원분들과 지차체에서 많은 노력들을 해줘서 시장이 점차 활기차게 변하고 있다"며 "운천시장은 많은 시민들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먹을거리를 먹고 장을 보면서 이런 저런 사람사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곳"이라고 말했다.

/ 고형석

koh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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