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환 / 중소기업중앙회 충북본부장
촛불시위가 연일 계속되던 지난 6월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카랑카랑한 60대의 목소리로 "중소기업이 다 죽게 생겼는데 중앙회가 뭐하고 앉아 있느냐"며 호통을 쳤다. "당장 버스를 대절해서 중소기업인들도 데모하러 서울가자"며 막무가내였다. "당신들은 월급타며 밥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지 모르나 매일 생산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중소기업들은 하루하루 피를 말리고 있다"고 소리쳤다.

평소에도 익히 들어온 말이었으나 그날따라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이것이 중소기업인들의 민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인 1만6천명을 대상으로 최근의 경제상황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였다. 중소기업인들은 이 설문조사에서 약 70%가 최근 2개월간 30%의 매출감소를 가져왔다고 응답하고, 96%가 현 경제상황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답했다. 심지어는 10년전 외환위기 때 보다도 더 심각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50%에 가까웠다.

현 경제상황이 위기라고 느끼고 있는 원인은 고유가와 원자재가 폭등이 주요 원인이며, 물가불안과 촛불시위 등 사회불안요인에서 찾고 있다. 이 위기를 대처하는 방법으로 원가절감과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높았으며, 특별한 대책이 없다는 응답도 25%에 이르고 있다. 적절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대량부도와 실업사태로 연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중소기업인들은 현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민경제 대책마련과 물가안정을 급선무로 꼽았다. 경제활성화를 최우선 순위로 해 강력한 법집행과 불법선동을 근절시켜야 하며, 현 상황을 비상사태와 같은 수준이라는 위기의식을 홍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중소기업자는 사회가 불안해 자영업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결과를 가져와 일할 의욕을 꺾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다른 중소기업인은 현 위기가 갑자기 온 것이 아니고 최근 10년이상 정치논리로 인기정책을 펴 온 결과 상황이 지속적으로 나빠져 왔다고 진단하고, 법과 원칙을 중요시하면서 서민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원자재가 폭등을 막기 위해서는 철강, 정유, 석유화학 등 메이저급 대형회사들이 희생을 감내해 적자가 나지 않는 수준에서 원자재값을 조정하고, 임금안정만 이루어지면 충분히 미래는 밝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현 상황은 리더쉽 부재로 국민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시작되고 있으므로 장기적 비젼을 제시하여 불안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각성도 촉구했다. 실업자가 많다는데 천만의 말씀이라며 일자리는 얼마든지 있으나 정신상태가 문제라고 질타했다, 생산직 모집홍보를 내보면 50대 후반 아주머니가 전부라며, 눈높이만 낮추면 중소기업에 일자리는 충분이 있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중소기업인들이 정부와 국민에게 요구와 성토만을 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중소기업인 700명이 제주에 모여 리더스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중소기업인들은 현 위기 상황을 스스로 극복할 역량이 부족함을 고백했다. 중소기업 스스로 기술개발 노력이 부족했고, 과당경쟁으로 수익성 저하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우를 범하였다고 실토했다. 근로자들이 좋은 환경에서 미래를 꿈꾸며,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데 소홀히 해 왔다고 자성했다.

이 자리에서 300만 중소기업인들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끊임없는 혁신활동을 전개하고, 1사 1인 추가 고용 운동에도 적극 동참하겠다고 다짐했다.

기술개발을 통해 명품 중소기업이 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10% 에너지 절감운동에 적극 참여를 선언했다. 중소기업인들은 나눔경영과 사회공헌활동을 실천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데 노력하기로 다짐했다. 이제 실천만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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