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충북 소리 전령사' 노한나 교사를 만나다

옥천 군남초 교사로 재직중인 노한나(35)씨가 2003년 옥천, 2005년 영동, 2007년 보은의 소리를 알리는데 이어 경기대 김형근 강사와 공동 작업으로 오는 8월1일자 출반되는 '단양의 민요'제작에도 참여했다.

충북의 소리는 청주MBC 라디오를 통해 논매는 소리, 모심는 소리, 시집살이 노래 등을 청취할 수 있다. 노 교사와의 1문1답을 통해 충북의 소리를 어떻게 시작했고 각 지방 소리의 특색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이 작업을 어떻게 시작하셨는지요?

대학교에 들어가 제가 정말 몰랐던 세계라서 신기해 발을 들여놓게 됐고 청주에 있는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에서 많이 배웠어요. 음악시간에 나오는 자장가는 꼭 우리 지역의 자장가를 찾아 배운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지역 노래는 음원이 없어요. 이걸 교육자료든 문화기록물 형태로든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인데 아무도 안 하잖아요. 제가 직업이 교사다보니 찾고 배운다는 생각으로 하게 됐어요. 할 수록 점점 더 남겨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고, 조금이라도 먼저 알게 된 사람이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마을에서 노래조사를 처음 하게 된 건 교사가 되기 전인 1990년대 중반쯤입니다.

한국 노래에는 운율같은 멜리스마가 있어서 그런지 매력이 있어요. 그게 십여년이상 취미나 직업이상의 성의를 가지고 제 돈과 시간 쏟아부으면서 이 일을 해 오게 만든 동력 같기도 해요.

#각 지역마다의 특색이 있다면요?

보은, 옥천, 영동의 남부 3군은 같은 문화권으로 차이가 있다면 양적인 부분, 노래의 개별적인 차이들이 있지요. 옥천은 기차가 빨리 다니기 시작했고 산업화 속도가 빠른 까닭에 소리 자체가 많이 남아 있지 않고, 영동과 보은은 골짜기가 깊고 산업화 속도가 더뎠기 때문에 좀더 노래가 많지요. 보은은 읍을 중심으로 남부3군 중에서 가장 너른 들을 가지고 있어서 논농사 일노래가 참 많아요. 영동은 광산이 최근까지 있었던 지역이라 광산돌쪼개는 소리 같은 특이한 노래를 들을 수 있구요. 또 영동은 지방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설계리 농요가 큰 의미가 있구요.

하지만 단양은 충북의 최북단이기 때문에 남부3군과는 차이가 있어요. 단양은 산악지형이라 들노래가 참 드물어요. 남한강이 흐르고, 강원도의 영향이 있기 때문에 아라리(대개 정선아리랑이라고 말하는)가 강변마을 중심으로 넓게 분포해요. 남한강에서 떼꾼들이 부른 뱃노래도 있지요.

또 단양군은 장례의식요가 아주 발달한 지역입니다. 장례의식요라면 보통 상여소리를 사람들이 많이 생각하고 또 슬프다고 꺼리는데, 단양은 말멕이라고 해서, 호상일 경우에 상주를 데리고 노는 놀이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풍습도 있어요. 또 무덤을 쓰면서 회를 넣고 다지는 회다지는 소리도 아주 발달해 있구요. 남부3군은 이에 비해서는 장례의식요 풍습이 단순한 편이지요.

#소리를 찾아다니며 안타깝게 생각된 점은요?

좋은 제보자가 이제는 많지 않다는 점이지요. 단양의 경우는 뱃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유일한 어르신이 작고하셨더라구요. 이번 음반에 생전에 녹음한 일부 곡을 싣긴 했지만, 가창자가 사라짐으로 인해서 문화역량이 그냥 소실되어 버리는 것, 우리 나라가 체계적인 과거 문화유산 정리에 약하기 때문이겠지요. 또 조사는 겨울에 많이 할 수 밖에 없는데, 정초에 상여소리는 하지 않는 풍습이 있어서 못 한 마을이 있었는데 돌아설 때 아쉽지요. 또 소리꾼이 한 마을에 2~3명 이상일 때는 서로 견제하느라 사양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도요.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다면요?

저는 가창자들과 거리두기가 힘든 편이예요. 민요 채록할 때 개인에 대해서 물어봐야 하는데 살아온 생애가 힘든 분들이 계세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 감정이입이 되어서 좀 괴롭습니다.전 그냥 그렇게 살아온 분들의 노래를 녹음하고, 또 세상에 내보내서 가치를 알리는 것으로 그분들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위로하려고 해요. 그리고 녹음할 때는 한 시간 밖에 안 걸리지만 가사 채록하고 사운드 편집하려면 시간을 무한정 잡아먹기 때문에 힘들어요.

#단양의 민요를 마친 느낌은요?

음반 5장 세트로 이뤄진 단양의 민요를 마치고 큰 짐 덜었다는 생각이지요. 단양군청에서 처음 의뢰했을 때는 조사팀을 꾸리면서 의논할 때 노래가 이제 나오지 않을 거 같은데, 과연 시디 한두장이나 채울 수 있을까 하고 우려를 많이 했거든요. 생각보다 시디 5장이 될 만큼 많이 나와서 이젠 배가 불러요. 그리고 단양군을 정말 샅샅이 훑다시피 한 거라서 자부심도 갖고요.

#앞으로의 계획은요?

당연히 충청북도 내 다른 시군도 하면 어떨지 생각하고 있겠죠? 지원을 받아야 진행이 가능한 사업이라서 지자체나 문화원의 자체계획을 세우도록 해야 하는데 단양민요가 홍보가 잘 돼야겠지요. 잘 부탁드려요. / 이지효

jhlee@jbnews.com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