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인력시장 북적 … 30%도 힘들어

최악의 불경기와 폭염 등으로 일용직 인력시장이 얼어 붙었다.

그나마 운 좋게 일자리를 얻었더라도 지난해에 비해 임금이 크게 깎여 일용직 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고 있다.

여기에 여름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 학생 등 외부 인력들이 대거 유입돼 일자리 부족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가 직격탄=충북건설인력 종합센터의 김두호 국장은 "이른 새벽 적게는 150명 많게는 200명 가량의 일용직 건설노동자가 일자리를 구하러 이곳을 찾아 오지만 이들 중 30%도 안되는 사람들 만이 일자리를 얻어 나갈 뿐"이라며 "나머지는 이곳에서 시간 때우다 그냥 돌아가는데 그나마 이곳 충북건설인력 종합계발은 청주시에서 운영을 하고 있어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5일 새벽 청주시 상당구 육거리시장 근처의 모 인력소개소를 찾은 23명의 일용직노동자중 일자리를 구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사람은 단 4명 뿐이었다.

비단 이곳 뿐 아니라 청주시내 106개 인력소개소 모두 사정은 마찬가지다. 게다가 여름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로 인력소개소를 찾는 대학생들로 그나마 조금 남아 있던 일자리 마저 이들이 차지해 일용노동자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심지어 일자리를 얻기 위해 보유하고 있지도 않은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루일당마저 줄어=청주시내 일용직노동자의 평균 하루 일당은 8만원 선이다. 그러나 8만원에서 소개료 2만원과 담배값 등의 비용을 제외 하고 이들의 수중에 쥐어지는 돈은 5~6만원 선이다. 원자재 값의 상승과 기름값 상승에 따라 덩달아 소개료도 1년전에 비해 25%정도 상승해 하루종일 폭염과 싸우며 땀 흘린 이들의 주름살만 깊어지게 하고 있다. 청주시 상당구 수동에 사는 서모(47)씨는 초등생인 아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일용직 노동자로 하루하루 벌어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서씨는 "그래도 얼마전까지는 새벽잠을 덜자고 조금 일찍 나오면 일자리라도 얻을 수 있었는데 건설현장에서 다리를 다치고 나서는 그마져도 힘들다"며 긴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이날 서씨는 새벽에 수동 인력시장으로 나와 선택(?)되기를 기다렸지만 끝내 구하지 못하고 오전 9시께 무거운 발걸음을 집으로 돌렸다.

▶폭염까지 겹쳐 일감 부족 부채질=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은 운 좋게 일자리를 얻어 건설현장에 나온 일용직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을 더욱 지치게 한다. 건설현장에서 미장보조일을 하고 있는 조모(53)씨는 "노동 자체도 힘든데 연일 푹푹찌니 하루 일하고 집에 돌아가면 밥 숟가락 놓자 마자 그냥 잠들어 버린다"며 원망 섞인 말을 했다.

한 대학생은 "학비라도 보탤 마음에 인력시장을 나오고 있지만 일감이 없어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찡하다"고 말했다.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원유 등 국제 원자재가격 불안 지속, 국제금융시장 불안요인 잠재, 소비 및 투자 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올 하반기에도 건설경기 침체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인력시장의 일감부족 현상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엄기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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