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상영 / 청주대 경영대 교수
기업의 과다부채, 정부의 비효율성, 국제금융시장 질서에 대한 전문성 부족 등을 시민의 역할로 이겨보자. 시민의 역할은 경제활동에 있어 학연과 지연 등 연고를 끊어야 하며, 전문성과 효율성에 바탕을 둔 실력만이 승패를 결정하는 프로페셔널리즘의 제고, 합리적인 소비생활 의식의 함양하자.

경제위기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경쟁력약화, 도덕성, 윤리 의식의 부족 등이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하여 정부를 포함한 공공부문의 개혁이 모범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시민의 소비행태는 긴축소비로 전환되었지만 정부는 자신의 손실을 공공요금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위 내용은 1998년 12월, 당시 재정경제부가 후원한 시민대토론회 내용이다. 최근 상황을 표현한 것으로 착각할 정도이다.

10년 전 IMF관리체제의 치욕의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한 내용들의 대부분은 정부의 비효율성,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경쟁력 약화, 정부를 포함한 공공부문의 개혁, 정부의 책임 전가, 실업 문제, 학연 및 지연 등 파벌적 인사 등으로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빗나간 것이 없다. 이러한 문제위에 유가문제, 대북문제, 대미문제 등이 얹어 있는 형상이니 국민의 생활이 고단할 수밖에 없다.

우리 민족의 8천년 역사는 늘 위기가 상존했지만 극복 했고, 앞으로도 계속 도전받겠지만 언제나 당당히 맞설 힘을 갖고 있다. 요동의 광개토대왕비를 보라. 우리 역사는 요동 반도, 만주 벌판을 휘저을 때도 있었고, 일개 섬나라인 일본에게 유린을 당한 때도 있었다.

그러나 역사의 승자는 민족을 지키고 역사를 지킨 국가에게 있는 것이다. 근래 들어 일제침략과 동족상잔의 고통을 받았지만 우리에겐 생명의 기운이 살아있다. 우리를 대표하는 한글이 있고, 세계인이 인정하는 근면성이 있다. 그렇지만 생명의 기운이 되살아났더라도 그것을 수양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우리에겐 잡히지 않는 무지개 같은 것이 되고 만다.

요즈음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유가, 쇠고기, 부동산 등은 큰 문제가 아니다.

진정으로 큰 문제는 스승과 제자가 갖추어야 할 지적(知的) 파토스(Pathos)가 사라진지 오래된 학교, 원숙한 시야(視野)의 주인공으로 집안을 지키고, 고을을 대표하던 노인들이 한 순간 실수하면 치매 병자(病者)로 치부되는 장유유서(長幼有序) 붕괴, 각종 부정과 무능이 노력하는 편을 붕괴시키는 현상의 확산 등이 문제이다.

깨진유리창이론(Broken Window Theory)이 의미하는 것과 같이 이러한 문제를 도외시하게 될 경우 차세대 후손들은 풍요가 와도 빈곤을 뼈저리게 느껴야 할 것이다. 예컨대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 시절에 정부 또는 지자체 출연기관 설립이 봇물을 이루었다. 설립된 기관들은 국가와 지역의 발전을 목표로 시설 및 장비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었다. 물론 다양한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국가적 또는 지역적으로 컨트롤 타워가 위치하는 것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관들 중에는 활용가치도 없고, 활용되지도 않는 장비에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까지 투입한 것들이 있다. 지금이라도 감독기관이 책임지고 평가하여 장비의 잔여 수명 기간이라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소생(甦生)의 기운을 만들고자 한다면 기울어가는 우리의 양식(良識)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도외시하고 방치하면 우리에게 소생(甦生)할 기회는 오지 않는다. 시설을 채우기 위해 장비를 구입하는 '묻지마' 투자는 더 이상 사라져야 할 최악적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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