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

▲ 박지영 / 제천동중학교 교사
얘들아~선생님이야. 방학은 잘 보내고 있니?

선생님이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 밖에는 비가 억수같이 오고 있단다. 선생님은 특별 보충수업과 연수하느라 방학동안 아직 휴가 한번 다녀오지 못 했단다.

놀기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너희들은 화끈하게 놀면서 방학을 보내고 있겠지?

지난 번 생일파티는 너무너무 감동적이었어.

너희들이 선생님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너무도 멋진 파티를 준비해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입학 할 땐 한없이 어려보이더니 이젠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아침에 교실에 들어설 때마다 선생님이 밝은 얼굴로 맞아 주지 못해서 많이 미안해.

웃지 않고 교실에 들어서는게 습관이 되어 버렸는지, 어느새 무표정한 얼굴로 들어서고 있고, 잔소리를 막 하고 있는 걸 발견하면서 스스로 놀라고, 반성 한단다.

너희들에겐 "사랑합니다~"라고 큰소리로 인사하라고 몇 번이고 시켜놓고는 웃음 없이 그 인사를 매번 받아왔던 것이 부끄럽구나. 앞으로는 너희들의 사랑의 고백을 큰 웃음으로 받아줄게 ^^ "사랑한다~"라고 말이야…

선생님은 우리 1학년 7반이 정말 자랑스러워. 선생님이 학기 초에 너희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서 반을 이끌어 나갔음 좋겠다고 말했는데, 솔직히 그 얘길 하면서도 과연 이 아이들이 할 수 있을까 했거든? 그런데 실장 선거부터 시작해서 학급 행사, 규칙 정하는 일까지 스스로 상의하고 결정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라기도 하고 뿌듯했어. 역시 7반이야 하는 생각도 들고.^^ 실장 선거 할 때 선거관리위원회를 뽑고 선거를 너희에게 일임했을 때도 마음 속으로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실제 너희들의 모습은 국회위원 선거를 보는 것 같았단다. 우리 1학기 때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교훈삼아 2학기 때는 더 멋지게 7반을 꾸려나가 보자. ^^

요즘엔 너희들도 사춘기가 와서 그런지, 친구 간의 고민, 이성 교제에 대한 걱정이 많은 것 같구나. 모둠일기를 보거나 개인적으로 얘기하다 보면 고민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여. 그건 당연하고 건강한 고민이라고 생각해. 선생님이 그 고민들을 해결해 줄 순 없지만, 들어줄 수는 있단다. 언제든지 선생님을 찾아오렴. 개학 하면 너희들의 고민을 더 잘 들을 수 있게 마음을 많이 넓혀서 갈게.

보고싶다. 얘들아 ㅠ.ㅠ

한없이 부족한 선생님에게 웃어 주고 매일 사랑한다고 인사도 해줘서 고마워. 선생님은 아무것도 모르는 두려운 상태에서 선생님이 되었지만, 너희들 덕택에 항상 용기를 갖게 된단다. 너희를 가슴에 품고 어머니와 같은 심정으로 기도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되도록 노력할게. 앞으로 서로 속상할 일도 많고 가끔 부딪힐 일도 있겠지만, 우리 서로를 배려하면서 남은 학기를 행복하게 보내보자. 사랑해~7반 *^^*

사랑해서 행복한 선생님이…

*박지영 선생님은 과학교사로 제천동중학교에 첫 발령을 받아 올해 2년차인 새내기 교사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