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석 / 아산우체국장
내 고향은 버스가 하루에 두세번 다니는 비포장 자갈길이 있는 한적한 시골 마을 이었다.

그래서인지 십리 떨어진 시장을 갈려면 결혼, 회갑, 설, 추석명절 등 큰 대사가 있어야 가능했다.

이러한 일이 있을 때면 엄마를 졸라 시장에 가기를 원했고 설렘에 전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세수를 하고 이웃집 어르신이 모는 소달구지를 타고 전통시장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검정 고무신 사주시면 콧바람이 저절로 났다.

출근길에 보면 큰 도로를 따라 시골에서 농사를 직접 지으신 고추, 마늘, 양파, 오이 등 무공해 농산물들을 팔려고 진열하는 진풍경을 연출하는 일이 5일마다 벌어진다.

이마에 주름살이 깊게 패인 어떤 할머니는 텃밭에서 가꾼 상추, 쑥갓, 호박 등을 보자기에 바리바리 싸가지고 오셔서 지나가는 아낙네를 불러 세워 이것 마수걸이로 사줘요 하신다. 아마 손자에게 줄 용돈을 마련하실 요량인가 보다.

이곳 아산은 지금 '추석은 천년의 온천관광지 온양전통시장에서'라는 주제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품바공연, 한복패션쇼, 떡메치기, 노래자랑 등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전통놀이와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오랜만에 다시 찾은 전통시장은 여전히 삶의 활기가 느껴지고 이웃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어느 상인 한분은 요즈음 시장 경기가 어떠시냐고 넌지시 물었더니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경기가 참 안 좋아유' 하신다.

그렇게 말씀은 하셔도 한 구석엔 물건을 파는 재미에 흐뭇한 미소가 입가에 흐른다. 이번 주말에는 아내와 손 꼭 맞잡고 집 근처 시장에서 오랫만에 옛 추억을 더듬어 5일장의 정취를 느껴 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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