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영철 / 농협충북지역본부 명품화유통팀장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는 생명과학 실험에서 널리 쓰이는 실험도구인 녹색 형광단백질(GFT)을 개발한 3명의 연구자에게 돌아갔다.

그 중에 일본인인 시모무라 오사무 교수가 들어 있어 일본은 축제분위기라는 소식을 접하면서 매우 부러웠다.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과학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으면 한다.

해방 후 정부는 우리의 생명산업인 농업분야에 많은 투자와 노력을 했으며, 그 결과 값진 농업기술이 개발돼 국민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뿐인가 개발된 기술은 전 농가에 신속히 보급돼 이제는 전국 어디를 가든지 거의 같은 기술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니 이 공도 크다면 크다.

일전에 미국에 갔을 때 수출농산물 시장조사를 위해 대형 할인매장과 백화점을 둘러 보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의 전유물로 생각했던 신고배가 이제는 미국에서도 생산되고 있는데 그 품질이 거의 한국 신고배와 같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재배기술을 좀 더 발전 시킨다면 굳이 한국에서 신고배를 수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세미나에서 지인과 농업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가 우리농업의 해외개발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 분은 좁은 국토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농업도 해외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를들어 식량 확보를 위해서는 임대료가 싼 동남아 토지를 장기 임대해 농산물을 생산한 후 우리나라로 가지고 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옳은 이야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만 하다.혹시 해외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귀중한 농업기술이 새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흔해 이게 무슨 큰 기술인가 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분명 중요한 기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모스크바에서 농산물 상품설명회를 할 때 한 수입업자가 한국 농산물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나는 최선을 다해 가지고 간 농산물을 하나하나 설명했고, 그 분은 이례적으로 다음날 자기회사로 나를 초청했다. 주로 유럽에서 채소류와 화훼류를 수입하는 회사였으며, 사무실도 쾌 컸고 물류창고도 2동이나 있었다.

사장은 직접 농산물 보관 창고와 화훼 가공 시설을 안내해 주었다. 시설을 돌아 본 나는 속으로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시설이라는 것이 형편 없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자원이 많고 과학이 발달해 강대국에 속하는지는 몰라도 농업기술만큼은 우리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한 달 후 러시아 사장은 농업관련 기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고, 나는 답례로 그를 우리 농협으로 초청해 애호박 재배 농가와 인근 농협의 산지유통센터를 안내해 주었더니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특히 저온 창고에 가득한 배추를 보고 한 잎 먹어 보더니 오랜 기간 저장 했는데도 너무나 싱싱하다며 저장기법을 묻기도 했고, 토마토를 균일하게 선별하는 것을 보면서 매우 신기해 했다.

마지막으로 그를 농협이 운영하는 대형 물류센터로 안내해 수 많은 농산물이 소비자에게 어떻게 판매 되는가를 보여 주었더니 연신 '원더풀'을 외쳤다.

여러 나라를 둘러 보고 느낀 것은 우리의 농업기술은 선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다 아는 옛이야기 중 짚신 장수 이야기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아버지가 돌아 가신 후 가업을 이어 받은 아들이 짚신 만들어 시장에 내어 놓아도 아무도 사지 않았다고 한다.

아들이 곰곰이 생각하다 아버지께서 유언으로 한 "털 털"이 생각나 짚신을 만든 후 옆으로 삐쳐 나온 짚털을 제거하자 짚신이 불티나게 팔렸다는 이야기다.

짚신 장사에게는 짚털을 제거하는 기술이 남과 차별화된 기술이었던 것이다.

러시아, 중국, 동남아에 해외개척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쉽게 우리의 귀중한 농업기술이 새어 나갈까 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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