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상영 / 청주대 경영학과 교수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으로 인해 국론의 분열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으로까지 번질 조짐인 이 정책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전문적 의견도 분분하다.

그러나 수도권 개발 규제 완화에 대한 정책은 분명 대한민국의 경제 기반의 큰 틀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그러므로 매우 중요한 이슈이며 이 문제를 풀기위한 해법도 충분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의 해법을 패러다임(Paradigm)에서 찾고자 한다. 세계사적으로 인류 변화에 큰 변화를 끼친 인물을 보면 데카르트, 뉴턴 등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의 공통점은 시대의 패러다임을 과학적으로 풀어 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15~6세기에는 힘의 근원지가 종교에서 과학으로 넘어가는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과학의 힘이 종교의 힘보다 커지는 시점에서 데카르트, 뉴턴 등이 지구의 만유인력, 지동설 같은 이슈를 수학의 공리 같은 방법으로 풀어내면서 유럽 국가들이 바다를 통해 신대륙을 찾아 나서게 되고, 18세기 산업혁명을 낳게 된다.

산업혁명의 힘은 19세기 중반 이후에 오면서 국제질서에 엄청난 힘을 가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산업화를 먼저 달성한 몇몇 나라들이 국제정치를 좌우하게 되었다.

이로써 중국은 아편전쟁에서 패하고, 유럽의 전통적 강대국이었던 러시아도 크림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찬란했던 역사의 단절을 맞게 된다.

당시 우리의 역사도 유럽에서 과학 중요성이 패러다임의 정점에 있었을 때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성리학이 득세를 하고 있었다. 결국 율곡선생의 10만 양병설이 무산되면서 임진왜란을 맞게 되고, 임진왜란의 고통을 맛본 조선은 근대사회로 접어들면서 쇄국 정책을 시도하게 된다.

이러한 쇄국정책은 일본의 식민지라는 오욕의 역사를 낳게 된다. 16세기 유럽의 적절한 과학의 수용은 경제적 발전과 정치적 발전을 이루게 되지만 세계적 패러다임을 수용하지 못한 우리는 굴욕의 역사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수도권 규제완화의 문제도 이러한 맥락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향후 세계적 국가 경쟁의 패러다임이 무엇일까. 이미 국가 간의 경쟁보다는 산업 간의 경쟁, 도시 간의 경쟁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한 측면에서 수도권의 도시 경쟁력을 제고하는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까지 이명박대통령의 일생 중 가장 큰 업적이라면 청계천 복원일 것이다. 서울 시민의 삶의 품격을 높여준 청계천 복원은 과거 서울의 환경, 오염에 무관심했던 산업 시대의 산물을 엄청난 비용과 시민의 불편함을 무릅쓰고 행해진 정책의 성과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경쟁력도 청계천이 복원되어 서울이 쾌적해지는 것과 같이 환경, 교통, 주택, 교육 비용 등이 낮아지고 삶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

수도권 규제 정책은 용어가 잘못되었을 뿐 수도권 발전을 위한 규제 정책이다. 앞으로 수도권은 새로운 개발보다는 오염된 환경을 복원하고, 기존의 기업이 활발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 개발이 더욱 중요하다.

18세기 산업혁명이후 20세기까지 걸쳐오면서 환경보다는 생산성이 중요했다. 그러므로 생산성을 지배한 국가가 선진국이었다.

그러나 21세기는 환경이 경제를 지배하는 시대가 될 것이고, 이 환경을 지배하는 국가가 선진국이 될 것이다.

향후 수도권의 개발이 지속된다면 우리의 후대에서는 수백 배의 청계천 복원 비용을 들여야 할 것이고, 복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황폐화된 도시에서 기적만 기다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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