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주부 20명 성금모아 문화재 안내문 설치

동네 아줌마들이 나서 아무도 돌보지 않는 효자비에 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문화재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한국문화의 집 협회가 주최하고 청주문화의 집이 주관한 '효자손으로 문화예술 맛보기' 교실에 참여하고 있는 청주시 운동동, 월오동, 용암동 등 청주시내에 거주하는 20여명의 주부들은 20여 만원의 성금을 모아 지난달 26일 청주시 운동동 월운천가에 방치된 조선시대의 '양수척 효자비'에 대한 문화재 안내문을 설치했다.

1860년(철종11년)에 건립된 양수척 효자비는 세조-성종 때 이 동네에 살았던 효자 양수척의 효행을 기록한 효자비로 반상의 구별이 뚜렷한 조선시대에 보기 드문 천민의 효자비로 알려져있다. 양수척 삼형제는 패악질이 심하고 부모에게 불효하는 패륜아였으나 효자마을(청원군 효촌리)에 사는 경연 선생으로부터 인간의 도리를 배운 후 개과천선해 부모를 극진히 모셨다는 이야기가 현지에서 구전돼 오고 있다. 높이 114.5cm 너비 34.5cm 폭 23cm 크기의 양수척 효자비는 비지정 문화재여서 관계당국으로부터 이렇다 할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길가에 방치된 데다 그동안 돌보는 사람이 없어 효자양수척지비라고 새겨진 비문의 판독이 어렵고 더구나 몇 년 전에는 트럭이 이 비를 들이받아 비석이 두 동강으로 갈라지기도 했다. 곧바로 접합되기는 했으나 비신은 세월의 상처투성이로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었다.

이날 주부들은 가로 30cm 세로 20cm크기의 오석(烏石)으로 된 돌판 문화재표지판을 설치하고 헌화하며 효부로서 내 고장의 미풍양속을 이어가자고 다짐했다.

김영란 효자손 문화교실 회장은 "가뜩이나 인륜이 땅 바닥에 떨어지고 있는 판에 내 고장의 효자비가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회원들이 뜻을 모아 문화재 안내판을 설치하게 됐다"며 "효행이 실종되다시피 한 이 사회에 운동동의 효자비가 효도의 등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이지효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