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 혜철스님 / 한국불교 태고종 중앙홍보원 홍보국장·대성사 주지

언 땅이 녹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봄. 사찰에 나무 한그루 심어 보는 것은 어떨까? 사찰에는 관상수로도 뛰어 나고 열매를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실수, 거기다 수명도 오래가는 나무가 좋다.

사찰 주위에 적합한 나무를 알아보자. 꽃의 모양이 부처의 머리처럼 곱슬곱슬하고, 부처가 태어난 4월 초파일을 전후해 꽃이 만발하는 불두화가 대표적인 관상수다.

한자 이름을 풀이하면 '부처의 머리와 같은 꽃'이다. 둥근 꽃의 모양과 부처님의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연상하게 한다. 원래 꽃들은 결실을 하고 자손을 퍼뜨리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지만 불두화의 꽃에는 수술과 암술이 없고 오직 흰 꽃잎만이 있다. 그래서 性(성)이 없는 無性花(무성화)이다. 무성화인 이 꽃을 왜 불두화로 이름을 지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부처님의 세상은 성을 초월한 세상이며 남성도 여성도 없고 오직 진리만 있는 세상이기에 때문이 아닐까?

불두화는 어린시절부터 절에서 많이 보아온 꽃이라 우리가 생각하는 자연의 일반적 이치에서 벗어나 있는 꽃으로 기억이 되겠지만 번식은 꺾꽂이를 하면 되고 포기나누기를 해도 된다. 지난 해에 자란 가지를 한 뼘쯤 잘라서 모래판에 꽂고 길러 이듬 해에 옮겨 심으면 불두화를 어디서든 기를 수 있다.

또 초여름 길가에서 100일동안 붉게 펴 아름다운 미소를 전해주는 배롱나무도 사찰과 잘 어울린다. 붉은빛을 띠는 수피 때문에 나무백일홍, 백일홍나무 또는 자미(紫薇)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백양수(간지럼나무), 원숭이가 떨어지는 나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나무줄기가 매끈해 사람이 가지를 만지면 나무가 간지럼을 타고, 또한 원숭이도 오르기 어려울 정도로 매끄러운 나무라는 것을 뜻한다.

이밖에 산목련이라고도 불리는 함박꽃나무는 생장이 비교적 빠른 편이지만 대기오염이 심한 곳, 해풍이 심한 곳 등에서는 잘 자라지 못해 사찰에 심는 나무로 제격이다. 나무의 생김새가 아름답고 잎이 무성하며 햐얀 꽃의 모양과 향기가 좋아 정원수로 널리 심고 있는 식물이다.

또한 벽에 붙어 올라가 자라는 능소화도 사찰 돌담이나 화단과 잘 어울리는 꽃이다. 떠난 님을 그리워하는 슬픈 전설을 가진 꽃이지만 옛날에는 능소화를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어서 양반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열매나 잎 등을 차나 약재로 사용을 원한다면 모과나무, 산수유, 마가목, 산딸나무, 박태기나무, 느룹나무, 사과나무, 매실나무, 왕대추 등이 좋다.

모과나무와 산수유의 경우 관상수로도 많이 사용되지만 열매는 차(茶)로 많이 활용한다. 또한 마가목과 산딸나무도 열매를 차로 활용할 수 있는데, 주로 산지에서 자라 열매가 귀하다. 매실나무는 꽃도 아름답고 열매는 장아찌, 매실액 등 사찰음식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박태기나무, 느릅나무의 껍질을 유피(楡皮)라는 약재로 쓴다. 박태기나무는 통경·중풍·대하증에 치료에 쓰이고, 느릅나무는 치습(治濕)·이뇨제·소종독(消腫毒)에 사용한다.

나무를 심는 계절이 왔다. 이런 아름다운 꽃들을 사찰 주변에 많이 심어 아름다운 꽃을 보며 불심도 함께 키워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혜철스님 / 한국불교 태고종 중앙홍보원 홍보국장·대성사 주지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