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주교단, 수원·제주교구 소공동체 체험

사제가 살지 않는 성당, 신은 좋지만 교회는 싫다는 신자들. 현 교황의 출신국인 독일을 비롯해 가톨릭의 산실 유럽에서 일어나는 위기상황이다. 신자 수 감소와 교회의 영적 침체에 고민하던 독일 주교들이 한국 천주교의 소공동체 운동에 주목했다.

천주교 신앙공동체의 일종인 소공동체는 복음 말씀을 각자의 삶에 비추어 성찰하고 실천하는 모임이다. 구성원들의 정기모임은 '복음나누기'라는 성경 묵상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지며, 묵상과 이야기 나눔으로 서로를 이해하게 된 신자들은 점차 이웃과 지역사회의 현실에 눈뜨게 된다. 성당마다 소공동체를 주축으로 이루어지는 이웃돕기와 사회봉사, 환경운동은 그 결실이다.

제주도 화순공소(모슬포성당 관할) 신자들이 소공동체 모임에서 복음나누기를 하고 있다.
독일 주교들이 한국의 소공동체 사목을 체험하는 '독일 주교단 초청 소공동체 연수'가 지난 4월14일부터 시작됐다. 천주교 수원교구와 제주교구에서 9일간 진행될 이번 연수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위원장 최덕기 주교) 산하 소공동체소위원회와 제주교구,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사무국이 공동주최하며, 독일 밤베르그 대교구장 루드빅 쉬크 대주교 외 독일 주교 4명과 태국, 인도, 필리핀 등 아시아 주교 8명이 참가한다. 한국 측에서는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 최덕기 주교가 참가해 국내 소공동체 현장을 소개할 예정이다.

연수 프로그램은 크게 세미나, 복음나누기, 소공동체 현장방문으로 나뉜다. 세미나에서는 ▶한국 소공동체의 역사(서울대교구 전원 신부) ▶소공동체의 토대와 뿌리(강우일 주교) ▶제주교구 소공동체의 성장(제주교구 고병수 신부) 등의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의 소공동체 운동을 조명한다. 아울러 참가자들은 매일 아침 복음나누기를 통해 소공동체 모임을 실습하는 한편, 저녁에는 수원교구와 제주교구 본당 신자들의 실제 모임을 참관할 예정이다. 교구 통치권자인 주교들의 현장체험은 독일 교회에 소공동체 운동을 보급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수는 소공동체가 유럽 교회의 대안이라는 공감대를 토대로 기획됐다. 2006년 11월, 독일의 국제 전교기구 미시오(Missio)는 인도에서 열린 제4차 아시파(AsIPA: Asian Integral Pastoral Approach, 아시아의 통합적 사목적 접근) 총회에 관계자들을 파견한 바 있다.

'소공동체, 친교의 교회를 향하여'를 주제로 열린 총회에서 독일 측 참가자들은 아시아 교회의 성장에 주목했고, "소공동체 운동이 불러온 신자들의 자발적 참여와 일치야말로 독일 교회의 쇄신을 위한 비전"이라는 확신으로 주교들에게 이번 연수를 건의하게 된 것이다.

연수 실무자인 고병수 신부(제주교구 사목국장)는 "아시아, 특히 한국 교회의 활기 넘치는 모습이 유럽 교회에 밝은 전망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송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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