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영 / 한국은행 충북본부 기획조사팀장
1960년대 들어 우리나라가 경제개발을 본격화 하면서 내건 캐치 프레이즈가 '수출입국'이었다. 가난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경제개발전략으로 수출을 택한 것이다. 당연하면서도 불가피한 전략이다.

1인당 국민소득을 올리기 위해서는 생산규모를 키워야 하고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소비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당시 국민들의 생활형편이 어려워 부족한 소비를 수출이라는 형태로 외부세계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잘 살기 위한 전략으로 택한 수출은 근로자, 기업, 정부가 혼연일체가 되어 전력을 다하면서 그 규모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또한 자원이 부족한 국가에서 수출을 늘리려 하니 수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나 자본재를 수입하는 규모도 덩달아 늘게 되었다.

개발 초기인 1960년 3천만달러에 불과했던 수출규모가 지난해에는 4천 220억달러로 1만 4천배 늘어났으며 같은 기간 수출에 수입을 더한 전체 무역 규모는 4억달러에서 8천 570억달러로 2천3백배 커졌다.

이러한 눈부신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규모는 독일, 중국, 미국, 일본 등에 이어 세계 12위를 차지했으며 전체 무역규모로도 세계 11위를 달리고 있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괄목한 성과를 이루어냄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는 '수출을 통한 나라 세우기(수출입국)'의 모범국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많은 개도국들이 우리나라의 개발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등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수출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이 등장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즉,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의 여파로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각국이 경기회복을 위해 공세적인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의 반등을 고대하고 있는 경제분석가들이 이를 감지하는 신호로서 수출 동향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수출 움직임에 대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이러한 관심은 얼마 전 아시아경제 전문가로 알려진 블룸버그 통신의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의 기고문에 잘 드러나 있다.

그러면 이들이 세계경제의 회복 증거를 한국 수출에서 찾는 배경은 무엇인가. 지난 2월24일 골드만삭스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한국의 수출이 글로벌 경기의 선행지표로서 주목받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우선 수출이 지역적으로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수출처가 200여개 국가로 거의 전 세계를 아우르고 있는 가운데 지역별로 중국 29%, 유로지역 14%, 미국 12%, 일본 7%, 그리고 나머지 38%도 대부분이 신흥국이어서 세계 각국의 경제활동수준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수출품목이 주로 경기변동에 민감한 자동차, 전자 등의 내구재와 자본재로 포진되어 있기 때문에 글로벌 경기의 움직임과 방향을 같이 한다고 본다. 수출이 잘된다는 것은 수입국의 경기가 그만큼 좋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출이 부진에서 벗어나는 기미를 보일 경우 이를 글로벌 경기의 회복 신호로 해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속성이라는 통계상의 장점을 들고 있다. 즉, 한 달 단위로 발표되는 세계 각국의 수출통계 중 한국이 가장 빠르다는 것이다. 영업일 기준으로 매월 초일이면 전달의 수출실적이 발표되니 글로벌 경기흐름의 미세한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코노미스트들의 구미에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의 이러한 시각에 비추어 볼 때 작년 10월 이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던 수출이 지난달에 감소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 최근 국내외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는 경기저점론에 한 몫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수출이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나타내 글로벌 경기회복의 진정한 전령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남영 / 한국은행 충북본부 기획조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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