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전원 前 청주교육장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지난달 31일에 전국의 초등학교 4~6학년생과 중학교 1~3학년생을 대상으로 교과학습 진단평가를 일제히 실시했다. 일제히 실시한다고 해서 이를 두고 일제고사라 부르고 있다.

교육활동에 종사하거나 교육에 관심 있는 이들은 효과적인 교과학습을 위해 실시하는 진단평가/diagnostic evaluation 의 당위성이나 필요성에 대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진단(診斷) 평가는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를 진찰해 어떤 상태인지를 파악하고 그 진단결과에 따라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를 결정해 수술을 하거나 주사와 투약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과도 같은 것이다.

그때 그 진단이 정확해야 환자가 건강을 되찾아 새로운 일에 의욕적으로 도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인데, 만약 의사가 환자의 말만 듣고 진단과정을 생략하거나 오진이라도 한다면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몰고 올 것이 뻔하다.

오진 등으로 의료사고가 난 후에 담당 의사에게 책임을 물어 보상을 하게 하거나 처벌을 받게 한들 이미 때를 놓친 환자의 상태는 더욱 나빠졌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학교 교육에서의 진단평가는 바로 이 원리를 원용한 것이다. 새 학년, 새 학기, 새 교과, 새로운 단원을 공부하기에 앞서 지도교사가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개인별 능력별 학습요소별로 측정 분석하여 학습 결손과 장애 요인을 찾아내 이를 보충 개선하여 학습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한 출발점 행동평가다.

또한 진단평가는 학생들의 특정 단원학습에 필요한 선행학습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도 파악해 그 수준에 적합한 맞춤식 지도방법을 적용함으로써 학습력을 신장시키기 위한 투입 행동평가이기도 하다.

따라서 진단평가는 학생의 학습능력 수준과 선행학습의 정도에 따라 교사가 지도방법을 결정해 학습효과를 향상시킬 뿐 아니라 교사들의 학습지도능력 신장에도 도움을 주기 위한 것으로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들 모두에게 꼭 필요한 교수·학습의 한 과정이다.

전국단위의 진단평가는 당해 연도 교육과정의 목표달성도를 예측하고, 학생들이 전학년도에 학습한 것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으며,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를 파악해 교사들이 이를 보완하는 학습지도를 효과적으로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물론 그 평가결과는 새로운 교육정책의 결정과 교육과정 개선의 참고자료로 활용하게 되므로 국민교육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것이다.

지도교사가 학생들의 학습능력수준을 개별적으로 정확히 이해하여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여 정상적인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돕기 위한 기초단계로서의 이 진단평가는 학생자신이 자기 수준을 알고 그에 적합한 자기 주도적 학습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며, 학부모들도 자녀들의 학습능력을 파악하고 그 능력을 신장시키는 도우미 역할에 충실하도록 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있어서 진단평가는 교과학습의 충실을 기하게 하여 학생과 학부모가 기대하는 충분한 학력을 확보함으로써 학습의 전이를 가져오게해 다음 학습이 더 효과적으로 되게 하는 아주 유용한 것이므로 잘못 이해되어서는 안 되는 것인데, 학생들을 선동하거나 회유하여 그 시행을 반대하거나 거부하는 명분은 이해가 안 된다.

아직도 이를 반대하거나 거부할 생각을 가진 이들이 있다면, 자기가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하려 했을 때 지난번 일을 면밀하게 평가 분석해 보고 그 결과 잘못됐거나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이를 보완 개선하거나 더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여 추진함으로써 보다 나은 성과가 거양되도록 심혈을 기울였던 그 때를 꼭 한번 상기해보길 바란다. 그게 바로 진단평가였다. 김전원 / 前 청주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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