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문섭 / 논설위원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의 개성공단 사업에 또 다시 하이 리스크 국면이 시작됐다. 이번 리스크는 입주 기업체들도 감당하기 힘든 것들이어서 개성공단 사업은 사업 개시 9년여 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개성공단이 처음 가동을 시작한 것은 2000년 현대 아산과 북한이 합의해 2천만 평의 공단을 조성하기로 합의하면서부터다. 그 결과 개성공단 사업은 남북 경제협력의 장에서, 남북 화해·협력의 장으로, 그리고 남북 상생의 새로운 모델로도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MB정부의 집권 이후 남북문제는 금강산관광,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해 모든 것이 역주행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도 현대아산 직원 유 씨에 대한 접견권과 즉각적인 신병인도를 요구하자 북한은 오히려 남측의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를 문제 삼았다.

그러더니 개성공단의 '토지임차료'와 '노동자의 임금 현실화'를 요구하며 협상이 안 될 경우 공단 자체를 폐쇄시키겠다는 초강수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이 또한 북한이 즐겨 쓰는 벼랑 끝 전술임은 말할 것도 없다. 언제까지 북측의 이런 전술에 당하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개성공단 사업이 정상적인 행보를 하려면 정부도 몇 가지 대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

첫째는 정경분리의 원칙이다.

기업이 개성공단에 입주하는 것은 이윤창출을 위해서다. 남한의 기업들이 남북의 대치관계 등 제반 위험요소를 무릅쓰고도 개성공단에 진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은 언어가 통하고, 거리가 가까운 점 외에 무관세 지역이고, 인건비가 싸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성공단 인건비는 남쪽 근로자의 1/20 수준에 불과해 경제적 투자가치가 높다.

또한 거리가 가까우니 중국이나 동남아에 비해 납기일 면에서도 유리하다. 여기에 동일언어권의 동포들이어서 향후 손끝의 노하우가 필요한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생산할 경우 유리한 측면이 많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도 정경분리의 원칙이 무너지고, 지금처럼 정치에 휘둘려 기업의 정상적인 생산 활동이 심각한 위축을 받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어진다.

기업들은 생산 공정에 차질이 빚어질 테고, 납품업체들은 가장 중요한 납기일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대북정책의 일관성이다.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대북정책의 기조가 바뀌면 행정은 연속성이 없어진다.

상대가 있는 남북관계에서 한쪽의 지도자가 바뀐다고 정책마저 바뀐다면 대북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할 수 없다.

대북관계가 이처럼 꼬인 것도 따지고 보면 현 정권의 잘못이 가장 크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에는 그래도 북한이 개성공단을 트집의 대상으로 물고 늘어지진 않았다. 그런데 실용정부를 표방한 MB정권이 들어서고부터 대북관계는 실용적으로 바뀌기는커녕 오히려 갈수록 꼬여만 가고 있다.

셋째, 임금인상과 토지보상금 지불도 기업의 논리로 풀어야 할 문제들이다.

경제도 불황이고, 기업들도 너나 없이 어려운 판국이다.

2014년까지 유예한 토지보상금을 당장 내년부터 내고 근로자들의 임금을 두배로 올려줄 경우 타격은 더욱 심각해진다.

정부도 인상요구분에 대한 보조지원을 해주지 않을 것이라면 이런 부분에는 끝까지 기본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MB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입주기업들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일관성 있는 대북노선을 견지해야 한다.

고위험 고수익의 상황을 알면서도 기업들이 개성공단 입주를 결정한 것은 최소한 정부가 기업의 기본적 활동을 보장하는 안전판은 설치해 줄 것이라는 분명한 믿음 때문이었다.

이 같은 믿음이 무너진다면 그 누구도 다시는 개성공단에 입주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정문섭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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