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좋아 한두잔 위험 … 하산후 음주문화도 문제

바야흐로 신록의 계절이다. 화사한 봄꽃에 이어, 눈부신 신록을 찾아 많은 사람들이 산에 오르는 때이다. 실제로 주말과 휴일, 전국의 크고 작은 산에는 신록 사이로 울긋불긋 등산객의 화려한 꽃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몇 년 사이 토요 휴일제가 완전히 정착되면서 등산인구는 더욱 증가하였고, 기본 등산복과 간단한 장비만 구비하면 언제나 쉽게 산을 오를 수 있기에 이제 등산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으뜸 레포츠가 되었다.

이는 주말과 휴일 가까운 우리 고장의 우암산이나 상당산성 등을 올라가 봐도 쉽게 알 수 있지만, 매주 아침 청주체육관 앞을 출발하는 전국의 명산 산행을 위한 관광버스 행렬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산이 있어 산에 오른다.’, ‘좋은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갖기 위해 오른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인내력을 배우기 위해 산을 찾는다’, 등 산에 오르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그래서 함께 떠나는 사람들도 가족을 비롯해 친구, 직장 동료 등 다양하다.

그러나 최근 건전한 산행에 주류를 챙겨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산행을 마친 후까지 하산주라는 이름으로 산행을 마무리하는 불건전한 음주문화가 이어져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모처럼 남편과 함께 전국적으로 유명한 사량도를 등산했는데, 등산객들이 캔맥주나 특히 큰 페트병에 담긴 큰 맥주까지 가지고 산행을 하는 거예요. 올라가면서도 조금씩 마시기도 하니 나중엔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는 거예요.”

지난 주 관광버스를 이용해 등산을 다녀온 김순옥(청주시 상당구 문화동)씨의 이야기이다.

또한 회사 동료들과 단합대회를 위해 산을 찾았다가 동료가 술을 조금 마신 상태에서 사진을 찍다 낭떠러지로 떨어지며 큰 부상을 입어 모처럼 마련한 단합대회의 의미가 퇴색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119구조대에도 음주로 인해 발을 헛딛거나 탈진이 되는 산악 안전사고로 구조 요청을 하는 신고가 자주 있다. 비교적 등산로 이용이 많은 지역인 괴산구조대 지현민 소방사는 “신고 요청을 받고 출동해 보면 발목을 삐거나 탈진한 경우, 심지어 2,3 미터 정도 굴러 떨어져 심하게 부상을 입는 등산객들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들것을 이용하거나 심한 경우 헬기 등으로 이송을 해야 합니다. 기분 좋아 마신 술 한두 잔이 즐거운 산행길을 한순간에 망칠 수 있다는 걸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산행에서의 음주뿐 아니라 하산 후 저녁식사나 술자리로 이어지는 하산주 등의 음주문화이다. 기분 좋은 산행을 마치고 한잔 두잔 이어지는 음주문화로 귀가길이 흥청망청, 산행에서의 상쾌함이나 즐거움을 사라지고 다시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귀가하는 이들도 적지 않게 있는 것이다.

이제 계절의 여왕 5월이 다가오며 석가탄신일과 어린이날 등 쉬는 날이 더 많아지고, 이에 따라 신록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산을 찾는 등산객도 더욱 증가할 것이다. 건조한 날씨, 산불조심에 신경 쓰고, 꽃과 나무를 아끼고 보호하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구조대원의 당부처럼 산행에서의 음주를 자제하여 마음의 스트레스를 날리고 재충전하는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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