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운영 / 아산시의회 의원

지난 1995년 6월 27일에 우리나라에서는 역사적인 4대 지방선거가 실시되었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가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는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적지 않은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지방자치의 활성화를 위한 법과 제도의 미비, 일부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비리와 부패문제, 지방의회의 역할과 능력부재, 그리고 지역갈등의 관리미흡으로 인한 지역ㆍ집단이기주의 심화 등은 지방자치가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들로서 아직도 상당수 지역주민들이 지방자치를 불신 또는 외면하는 요인들이 되고 있다.

지방선거가 정당공천제라는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전면적인 정당참여로 치루어 지고 있고 각 정당은 선거를 현 정부의 중간 평가적 성격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지방적 이슈와 관심은 사라진 채 중앙의 정쟁이 지방선거과정에서 과열ㆍ혼탁하게 전개되어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에 더욱 예속되고 지역은 상당한 갈등과 위기에 빠지고 있음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사전운동을 통한 얼굴 알리기와 방대한 선거 비용을 지출해 여론을 형성해 놓은 후보가 공천이 되는 악순환이 계속됨으로 인해 막대한 비용이 낭비되고 그 낭비된 비용의 회수를 위한 비위행위가 발생하는 것도 우리나라의 정당공천제의 큰 문제점이라 아니할 수 없다.

또한 지방선거에 정당공천제를 도입한 결과 주민자치는 퇴색되고 있으며 정당을 위한 정당정치로 변질되어 감에 따라 지방자치는 정당조직을 통한 중앙집권화 되고 있다.

지방의 기초단체장을 주민이 직접 선택하는 직선제가 도입됨으로 기초단체장은 중앙정부로부터는 어느 정도 자주성을 확보하게 되지만 정당공천제가 실시됨에 따라 기초단체장이 중앙당과 지역 국회의원에게 예속되어 가고 있다.

그 예속의 강도는 지방의회 의원들의 경우에 더욱 심화되어 가고 있다.

지방의회 의원들은 공천권을 행사하는 지역 국회의원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서 당 행사에는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또 인원 동원은 물론 물질적 상납도 다반사가 되어 버려서 어쩌면 지방의회 의원이 지역 국회의원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지방선거의 공천제가 도입되면서부터 발생한 병폐 중에 공천헌금의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출마예정자들은 공천을 받기 위해 소속정당에 당의 발전기금 내지는 공천 심사비용이라는 명목 하에 막대한 공천 헌금을 납부해야 한다.

물론 조직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며 그 소속원들이 비용을 대는 것도 당연지사이다. 하지만 공천 헌금은 또 다른 부조리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

공천 헌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부 기초 단체장들은 각종 인·허가 및 공무원 승진 등과 관련해 뇌물을 주고받고 또한 지방의회 의원들은 선거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등 비위행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하향식 공천제도에서 예상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은 공천권을 행사하는 지역 국회의원이 능력이 있고 자질을 갖춘 후보자를 공천에서 배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진정한 일꾼이 일선에 얼굴도 내밀지 못하고 사장되어 버릴 수 있다는 점이 공천제가 야기할 수 있는 큰 문제점이다.

이제 더 이상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의 하수인으로서 눈치만 보는 그런 시대는 종식되어야 한다.

주민의 민의를 살피기보다는 정당의 눈치만 보고 공천권자의 눈에만 들려고 노력하는 근시안적인 지방정치는 훌훌 털어버리고 주민을 위해 봉사하고 지역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지방선거의 공천제는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여운영 / 아산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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