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식 / 청원고 교감
동서 냉전에서 소련이 왜 미국에 밀리고 결국 패배했을까. 그것은 소련체제가 갖지 못한 '창조적 파괴'의 힘을 미국은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잘 나가던 소련은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우즈베키스탄 목화를 가지고 '세계 최하'의 옷을 만들었다.

50년대 자동차나 70년대 자동차가 그게 그거였던 소련과는 달리 미국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기업을 과감하게 폐쇄하고 신기술과 첨단 설비를 갖춘 회사를 키웠다. 같은 자원으로 한 쪽은 최고급 의류와 최신형 자동차를 생산해내고, 다른 쪽은 20년 전의 구식 제품을 만들어 경쟁한다면 누가 이기겠는가. 미국이 어쩔 수 없이 창조적 파괴를 택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힘은 바로 '경쟁'이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통스럽고 아깝지만 옛것을 파괴해야만 한다는 교훈을 남긴 것이다.

'하늘의 제왕'으로 불리는 독수리는 평균수명이 약 80년으로 조류 중 가장 오래 사는 새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독수리가 80년을 살기 위해서는 일생에 한번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한다. 40년 정도 지나면 독수리의 날카롭던 부리는 가슴 쪽으로 휘어진 채 무뎌지고, 발톱은 안으로 구부러져 먹잇감을 잡기조차 힘들어진다. 두껍고 낡은 깃털로 무거워진 날개는 날아다니는 것 자체도 어려운 짐이 된다. 이때 생사의 기로에 선 독수리의 선택은 두 가지 밖에 없다. 적당히 살다가 그냥 죽든지, 아니면 위험하고 처절한 모험을 거쳐 새로운 40년을 더 살 것인지를 결단해야 한다. 모험을 통한 생명 연장을 택한 독수리는 홀로 절벽 끝에 둥지를 틀고 식음을 전폐한 채 피눈물 나는 '자기혁신'을 시도한다.

우선 구부러지고 무뎌진 부리를 스스로 바위에 쪼아 으깬다. 새 부리가 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번에는 그 부리로 낡은 생 발톱을 하나하나 뽑아내고 묵은 깃털을 모두 뽑아낸다. 이렇게 5개월간의 '목숨을 건' 사투를 통해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 가벼운 깃털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한 독수리는 비로소 40년의 새 생명을 시작하는 것이다.

환골탈태란 이렇게 철저하게 옛것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삶을 얻는 '거듭남'이다. 새로운 삶은 잠시 동안 모든 것에서 손을 떼고 낡은 습관과 전통,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버릴 수 있을 때 가능하다.

"독수리처럼 부리를 으깨고 생 발톱을 뽑아가며 오래 살아 무엇 하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때가 바로 쇠퇴의 길로 접어드는 순간이다. 가히 '혁명'이라고 일컬을 만큼 모든 분야가 급변하고 있는 시대, 세계적으로 교육개혁이 화두다. 교육경쟁력 확보 없이 국가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의 내용은 물론 교육의 주체인 교육자가 시대에 걸맞게 변해야 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고, 학교교육의 수준은 교장의 리더십만큼 발전한다. 교육에 있어서 교육자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21세기의 학생은 22세기를 예언할 수 있는 '변화된' 교육자만이 교육할 수 있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이때, 교직사회도 새 시대에 걸맞은 교육자상 정립과 실천을 요구받고 있다. 교육자의 질을 담보하는 '교원평가제'의 전면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등 거센 경쟁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교육 현장에서 '그럭저럭 지낼 수 있는' 조건이 있다면 과감히 파괴하지 않고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운 냉엄한 현실이 된 것이다.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은 독수리가 생발톱을 뽑는 것같이 힘든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피하지 말자. 그림자조차 밟아서는 안 되었던 도도한 권위 회복을 위해서라도, 맹자가 설한 군자의 삼락지도(三樂之道)로서의 자긍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교직사회는 스스로의 결단으로 '환골탈태' 할 때다. 김은식 / 청원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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