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대 자동차나 70년대 자동차가 그게 그거였던 소련과는 달리 미국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기업을 과감하게 폐쇄하고 신기술과 첨단 설비를 갖춘 회사를 키웠다. 같은 자원으로 한 쪽은 최고급 의류와 최신형 자동차를 생산해내고, 다른 쪽은 20년 전의 구식 제품을 만들어 경쟁한다면 누가 이기겠는가. 미국이 어쩔 수 없이 창조적 파괴를 택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힘은 바로 '경쟁'이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통스럽고 아깝지만 옛것을 파괴해야만 한다는 교훈을 남긴 것이다.
'하늘의 제왕'으로 불리는 독수리는 평균수명이 약 80년으로 조류 중 가장 오래 사는 새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독수리가 80년을 살기 위해서는 일생에 한번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한다. 40년 정도 지나면 독수리의 날카롭던 부리는 가슴 쪽으로 휘어진 채 무뎌지고, 발톱은 안으로 구부러져 먹잇감을 잡기조차 힘들어진다. 두껍고 낡은 깃털로 무거워진 날개는 날아다니는 것 자체도 어려운 짐이 된다. 이때 생사의 기로에 선 독수리의 선택은 두 가지 밖에 없다. 적당히 살다가 그냥 죽든지, 아니면 위험하고 처절한 모험을 거쳐 새로운 40년을 더 살 것인지를 결단해야 한다. 모험을 통한 생명 연장을 택한 독수리는 홀로 절벽 끝에 둥지를 틀고 식음을 전폐한 채 피눈물 나는 '자기혁신'을 시도한다.
우선 구부러지고 무뎌진 부리를 스스로 바위에 쪼아 으깬다. 새 부리가 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번에는 그 부리로 낡은 생 발톱을 하나하나 뽑아내고 묵은 깃털을 모두 뽑아낸다. 이렇게 5개월간의 '목숨을 건' 사투를 통해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 가벼운 깃털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한 독수리는 비로소 40년의 새 생명을 시작하는 것이다.
환골탈태란 이렇게 철저하게 옛것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삶을 얻는 '거듭남'이다. 새로운 삶은 잠시 동안 모든 것에서 손을 떼고 낡은 습관과 전통,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버릴 수 있을 때 가능하다.
"독수리처럼 부리를 으깨고 생 발톱을 뽑아가며 오래 살아 무엇 하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때가 바로 쇠퇴의 길로 접어드는 순간이다. 가히 '혁명'이라고 일컬을 만큼 모든 분야가 급변하고 있는 시대, 세계적으로 교육개혁이 화두다. 교육경쟁력 확보 없이 국가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의 내용은 물론 교육의 주체인 교육자가 시대에 걸맞게 변해야 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고, 학교교육의 수준은 교장의 리더십만큼 발전한다. 교육에 있어서 교육자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21세기의 학생은 22세기를 예언할 수 있는 '변화된' 교육자만이 교육할 수 있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이때, 교직사회도 새 시대에 걸맞은 교육자상 정립과 실천을 요구받고 있다. 교육자의 질을 담보하는 '교원평가제'의 전면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등 거센 경쟁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교육 현장에서 '그럭저럭 지낼 수 있는' 조건이 있다면 과감히 파괴하지 않고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운 냉엄한 현실이 된 것이다.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은 독수리가 생발톱을 뽑는 것같이 힘든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피하지 말자. 그림자조차 밟아서는 안 되었던 도도한 권위 회복을 위해서라도, 맹자가 설한 군자의 삼락지도(三樂之道)로서의 자긍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교직사회는 스스로의 결단으로 '환골탈태' 할 때다. 김은식 / 청원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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