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중 / 청원 남이초 교장

지난 5월 13일, 청주혜화학교의 운동회를 구경하고 왔습니다. 장애를 가졌으면서도 열심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린이들을 보자 눈시울이 시큰했습니다. 어린이들은 바라보고만 있어도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생각을 또 했습니다.

'꽃봉오리는 꿈으로 큽니다.'

어린이들을 위해 동시를 쓰는 아동문학가 전병호 선생님이 오래 전에 출간한 동시집 이름입니다. 이 말을 다른 말로 바꾸어 보면, '어린이들은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푸르고 고운 꿈을 이루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면서 무럭무럭 자란다.' 또는 '어린이들은 포근하고 아늑한 부모님의 품에 안겨 매일 매일 고운 꿈을 꾸면서 이 나라의 기둥이 되기 위해 올곧은 대나무처럼, 잔잔한 호수처럼 밝고 슬기롭게 자란다.'로 표현이 될 것입니다.

전병호 선생님은 이 동시집에서 꽃봉오리로 상징된 어린이들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꿈꾸고 있다, 꽃봉오리는.
눈을 꼬옥 감고 있다.
새액새액 숨쉬고 있다.
가만히 웃음 짓고 있다.
날마다 꿈꾸며 큰다.

그렇습니다. 어린이 여러분은 바로 날마다 꿈을 꾸며 크는 꽃봉오리입니다. 곱고 고운 꿈을 고이 간직한 채 바다보다 넓고 하늘보다 높은 부모님의 정성을 담뿍 받으면서 밝디 밝은 희망만으로 가득찬 이 나라의 내일을 위해 여름날 첫새벽에 이슬을 머금고 활짝 피어날 때를 다소곳이 기다리고 있는 꽃봉오리와 같습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어린이와 관련을 맺으면 아름다워집니다. 88 서울올림픽의 개막식 때, 적막을 뚫고 어린이 한 명이 굴렁쇠를 굴리며 넓게 펼쳐진 잔디밭에 나타났을 때, 개막 공개 행사를 지켜보던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짝짝짝 쳤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어려움을 참고 이겨내면서 씩씩하게 자라나는 소년 소녀 가장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를 감상하면서 관람객 모두는 기특해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이밖에도 어린이들은 너무도 많은 아름다움을 만들어냅니다. 빨랫줄에 가지런히 널려진 여러분의 앙증맞은 옷이나 양말이 그러하고, 좁은 골목길에 서툰 솜씨로 빽빽하게 그려놓은 여러분의 낙서가 그러하고, 병아리를 파는 장사꾼의 주변에 까치발을 하면서까지 둘러서 있는 여러분의 모습이 그러합니다.

소설을 쓰는 어떤 분은 '지구상에 있는 온갖 평화로운 것들 중에서 가장 평화로운 것만을 골라서 가진 것이 바로 어린이들의 잠든 얼굴'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노는 모습이나 공부하는 모습, 잠든 모습, 운동 경기를 하는 모습 등 모든 것이 아름다움으로 뭉쳐진 게 바로 여러분의 모습입니다.

이번 주말에도 많은 어린이들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관광지로, 유원지로 나들이를 갈 것입니다. 그래서 은혜처럼 내리는 5월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면서 나래를 활짝 편 채 여러분에게 주어진 아름다운 시간을 즐길 것입니다.

모쪼록 어린이날 노래의 노랫말처럼, 푸른 하늘을 나는 새들처럼, 푸른 벌판을 달리는 냇물처럼, 매일 매일 여러분의 꿈과 희망을 마음껏 펼치십시오. 그래서 꿈을 먹고 자라나는 슬기로운 꽃봉오리가 되십시오. 곱고 아름다운 꿈을 잔뜩 머금은 채 싱그럽고 아름답게 자라나십시오.

다만, 여러분이 즐기는 그 시간에 부모님을 따라 밭에서 고추모와 담배모를 심는 기특한 농촌의 어린이들이 있다는 사실과, 보호시설에서 쓸쓸하게 나날을 보내고 있는 여러분의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또, 전쟁의 와중에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먼 나라의 불쌍한 어린이들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최창중 / 청원 남이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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